계속 뛰어야 하는 이유
예전에는 1년에 한번씩 읽는 글이었는데, 이제는 몇달에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읽는 글이 있다.
바로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이라는 글이다.
나는 내 말(馬)을 마구간에서 끌어내 오라고 명했다. 하인이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말에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먼 데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기에 나는 하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영문을 몰랐다.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던 것이다. 대문에서 그가 나를 가로막으며 물었다.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나리”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나 내처간다, 그래야만 나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노라.” “그렇다면 나리의 목표를 알고 계시는 거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고 했으렷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니라.” “나리께서는 양식도 준비하지 않으셨는데요.” 그가 말했다. “나에게는 그 따위 것은 필요없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길 터이니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죽고 말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봐야 양식이 이 몸을 구하지는 못하지.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 없이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
(카프카, 돌연한 출발 전문)
또, 박범신 작가가 쓴 '고산자'라는 소설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는 굽잇길을 돌 때까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보나마나 순실이는 눈물이 앞을 가려 대문의 문빗장이라도 들고 서 있을 터이다.
사업을 한 지 10년이 다되어간다. 2011년 중순에 시작해 2015년 말에 정리했고, 2021년부터 다시 시작해 하고 있으니 8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다. 그 몇 년동안의 부침이 그때 이후 내 인생의 앉을 자리를 정해줬던 셈이니 사업하는 동안의 8년은 내가 지나온 수많은 시간을 다 덮고도 남는 파도가 되었다.
앞이 잘 안보인다.
쇼트트랙을 하다보면, 길을 뚫어야 하는데 앞이 다 가로막혀서 길을 열 수가 없다. 그럴 땐 멀리 도는 수 밖에. 잠시 뒤쳐지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순간 속력을 내서 치고 나가면 길을 열고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멀리 돌아가더라도.
나는 많이 꺾어졌다.
나는 자주 뒤돌아봤다.
꺾어지고, 뒤돌아보는 것은 오늘까지. 돌아보지 않고 떠남 자체를 목표로 삼아 달리다보면 도달하는 목표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늘에 집중하면서 하루에 한발씩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나을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더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요한복음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