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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May 29. 2024

고부 갈등 그게 풀립니까? (1)

그 까짓 돈 얼마나 번다고..

직장 생활 중의 일이다.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이 시어머니와 갈등이 극에 달해 일주일에 서 너번은 우는 걸 본 적이 있다.

지방에서 자라고 학교를 나온 직원이었는데, 강남에서 좀 '산다는'집의 남자랑 결혼을 했다. 남자는 박사까지 하고 병역특례를 밟던 중 이 여직원에게 반해 1년을 쫓아다닌 끝에 결혼을 한 거였다.

강남의 자가 주택에서 신혼을 시작한 부부는 첫 딸을 낳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첫 딸을 낳고 얼마 후 복직을 하자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퇴근도 싫다)


-그 까짓돈 얼마나 번다고 다시 직장을 나가냐.
몸 챙겨서 둘째 낳아야지. 둘째는 아들을 낳아야지. 또 일한다고 늦었냐.


신혼집과 시댁은 차로 10분거리도 안되는 곳이어서 매주 갔는데, 갈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들으니 노이로제에 걸릴 거같고 시댁에 들어가기 전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고 한다.

시누이둘이었는데, 둘 다 좋은 학교 나와서 의사와 대기업 임원을 하고 있었다하니, 지방에서 올라와 중견기업에서 대리로 일하며 아이는 친정 부모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한번은 야근을 한다고 늦게 들어가는 며느리가 그때는 더 맘에 안들었을 거 같다. '연구소에서 정년 퇴임을 하신 친정 부모님이 딸의 육아를 돕는다며, 지방에서 일요일 저녁에 올라와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혼이니 뭐니 하는 말이 튀어나온 건 시댁 부모가 친정 부모에게 식사대접을 한다며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를 갖고 나서였다.


아니, 얘가 그 까짓돈 얼마나 번다고 일주일 내내. 애는 엄마아빠한테 맡기고 걱정입니다.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돈 갖고 두 분 수고비도 드려야 하고, 회사도 왔다갔다하고 뭣하러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얼른 둘째나 가질 것이지말입니다. 사돈댁도 **에서 딸 뒷바라지 하신다고 매주 이렇게 오르락내리락 하시는데 그게 어디 보통일입니까. 애는 엄마가 봐야지.


시어머니가 친정 엄마에게 이런 소리를 동어반복처럼 되풀이하니,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몰랐다고 했다.

결국 그날 이후 설움이 폭발해 남편한테 한바탕 쏟아붓고는 '시댁에는 가지 않겠다'를 선언했다고 한다.

한번은 시아버지가 김장 김치를 들고 이 친구가 일하는 곳으로 오신 적이 있는데, 일하느라 몰랐기도 했고, 오셨다는 걸 알았어도 인사하고 얘기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고 한다.


남편은 순한 사람이라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좀 잘해봐'라거나 '엄마가 다 너 걱정해서 그런거겠지'라는 식으로만 하니, '아, 저 인간은 내가 나가떨어져도 내 편이 아니라 엄마편을 들 놈이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에서) (내편 맞나?)


어느 날엔가는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퇴근을 안하고 자리에 앉아 온갖 슬프고 힘든 표정을 다 짓고 있길래 둘이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이혼을 해야 할까 어쩔까 고민이예요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볼 때마다, 그 꼴난 돈 벌러 아직도 가냐며 매번 나를 무시하는데 미칠 것같아요. 안 변할 거예요

-그렇다고 남편이라는 놈은 내가 이렇게 힘든데 같이 어떻게 해줄 생각은 안하고 그냥 나몰라라 뒷전이니, 내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일도 하지말고, 아들 낳을 때까지 애나 낳고. 내가 무슨 이 집 대 이으러 들어온 씨받이도 아니고.

말 끝에 결국 그 직원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아주 원론적인 말밖에 하지 못했다.

-우선은 남편과 더 많은 말을 하는 게 좋겠다. 결국 남편에게도, 너에게도 유일한 내편은 서로뿐 아니냐.

-이혼은 그리 간단한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참으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혼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도 그 끝은 이혼으로 결론 날 거다. 그러니 이혼을 머릿속에 깔고 생각하지 마라.

-힘들겠지만, 시어머니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라. 시어머니 편을 들겠다는건 아니지만, 나이든 시어머니가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고 키웠는데, 장가 보내서 손주를 안아보겠다 싶었을 거 아니냐. 너 딸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옛날 사람이 손자한테 가는 사랑하고 손녀한테 가는 사랑이 다를 수도 있을거다. 게다가 좀 '사는 집'이라며.

-속이 많이 상하겠다. 나라도 그랬을 거고, 내 아내가 그런 상황이었어도 똑같았을 거다. 일단 남편이랑 얘기를 더 많이 하고, 남편 하나만이라도 확고한 내 편으로 만들면 힘들어도 조금 덜 힘들지 않겠어.


내 얘기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텐데도 헤어질 땐 고맙다며, 좀 쏟아냈더니 맘이 나아졌다고 했다.

내가 몇 개월 후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그 직원에게 큰 변화는 없는 듯했다. 여전히 친정부모가 주일동안 와서 애를 봐주고 계시다고 했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듯했다.




회사를 그만둔 지 몇 달 후 밥이나 먹자는 대표의 말에 다니던 회사를 찾았다가 그 친구와 커피를 마시게 됐다. 얼굴이 많이 밝아지고 달라졌길래, 좋은 일이 있나보다 했다.


-시댁하고 좋아졌어요.

-어떻게 된 일이야. 진짜 잘됐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해결한 건 티셔츠 한 장이었다.
강남에 빌딩도 갖고 있는 시어머니한테, 마트에서 산 티셔츠 한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니!



(2) (https://brunch.co.kr/@sohon/34) 에 계속 됩니다.


제가 쓰고 있는 매거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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