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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May 28. 2024

이사에 관한 기억(2)

나의 결혼생활. 6

오랫동안 살겠다고, 몇 주동안 주말마다 광장시장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고르며 선택한 것들로 집을 꾸몄었다. 조명, 벽지, 인테리어벽, 샤시, 주방, 화장실 등 하나하나 직접 고르고, 방문한 업체 사장님과 얘기해 공사일정을 직접 정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따로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하는 동안 매일 찾아와 공사 현황을 체크했다.

그렇게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간 두번째 '우리집'은 나의 사업 실패로 경매로 넘어갔다.


첫번째 우리집에서 3년을 살자, 아이들이 크면서 공간이 더 필요했다. 살던 집은 방이 두개였다.

두번째 집을 계약하고 이사하기까지 또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 분당 시범단지의 아파트를 보고 맘에 들어 계약을 덜컥 했는데, 집에 돌아와 이틀이 지나면서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살고 있는 지금 집이 팔릴까? 나갈까? 부동산을 세 곳에나 연락을 해보고서야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계약을 포기하면 계약금이 날라간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저 포기해버리기엔 우리 상황이 그리 넉넉하진 않았다. 계약 상대방에게 전화를 번갈아가며 걸었다. 두번째로 전화를 건 아내는 울먹울먹하며 통화를 마쳤다. 규칙은 규칙이니 다는 못돌려주고, 50%는 돌려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저 감사했다.


그렇게 한번 쎄게 데이고, 우선 집을 내놓고 거래 상황을 보기로 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집을 보러 온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두 달쯤 되자 한 부부가 집을 보러오더니, 다음날 계약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몇 집을 다닌 끝에 이사갈 곳을 정하고 계약을 했다.

계약 날짜가 정해지고 그 주말부터 앞에 쓴 것처럼 광장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사를 한 집이었다.

그리고, 경매로 집을 넘기고 나올 때까지 10년을 살았다.

그 사이 아이들은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되었다.


경매 후 들어온 배당금을 받고 떠밀려서 작은 집으로 이사하며,

살림을 줄이고, 소비를 줄였다.

줄이지 않은 것은 아이들 공부에 들어가는 비용뿐이었다.


좁고 낡은 집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컸고,

나도 사업 실패를 뒤로하고 재취업을 했다.

명절에는 좁은 부엌에서 아내와 만두를 빚고, 전을 부쳐서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들과 먹었다. 밖에서 먹는 술을 줄이고 아내와의 술자리를 늘렸다.


갑자기 오른 집값 때문인지, 집을 사든지, 이사를 가든지 하라는 말도 안되는 집주인의 통보 아닌 통보를 받고 이사를 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이사간 곳은 도시의 외곽이었고, 아내가 봐둔 집이 있다며 갔을 때 환경이 너무 다른 것을 보고, 잠시 싫은 내색을 했다가 아내에게 호되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내는 점점 현실적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철이 없었던 것같다.

그리고, 아이들은 계속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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