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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Jul 23. 2024

Y의 열정과 실패

결국 Y는 성공할 것이다

Y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후에 검정고시를 통해 획득했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온라인에 관심을 많이 쏟았고, 특이한 행동을 많이 해서 '쟤 참 특이한 애네'라는 소리를 자주 듣더니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Y가 처음 시작한 건 남들이 원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주거나 소소한 온라인 이벤트를 대신해 주는 것이었는데, 차츰 전문적인 실력과 감각 그리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여가면서 남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는 직접 온라인 콘텐츠 제작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사업 영역을 블로그, 카페, 밴드, 페이스북 등 온라인 전체로 넓혔다. 회사를 차리면서 중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친구 등을 불러와 합류시켰고, 일곱 명도 안 되는 회사에서 5억이 넘는 순매출을 기록했을 때는 곧 부자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회사를 차리고 5년이 지나자 두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하나는 자체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자기 상표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Y가 세운 목표는 제삼자가 보기엔 너무 거창한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즈음 Y가 일하는 모습과 Y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봤다면 어느 누구도 '허황돼"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Y는 주택을 개조해 만든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반복했고, 매출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Y의 회사가 첫 번째 투자를 받을 당시 매출은 30억이 조금 넘었었다. 그리고 회사를 정리하기로 결정했을 때의 매출은 이미 50억을 넘긴 상태였다.


Y가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던 건 '매출이 그렇게 증가하는데도 회사에 현금이 없다는 것', 그것 하나였다. Y는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끊임없이 성장을 강조했고, 적자가 나더라도 매출 사이즈를 키우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매년, 매분기, 매월 감당하기 힘든 사이즈의 자금을 안팎으로 굴리며 성장에 골몰했는데, 결국 그 성장을 위해 굴리는 자금의 이자와 원금을, 늘어나는 매출로 따라잡지 못하자 성장 신화를 멈췄다. Y의 친구들과 Y는 자금을 굴리기 위해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 등을 써가며 '제조-광고-매출-정산-이자-원금-제조.....'의 사이클을 반복했지만,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찾아오는 자금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다. 사이에 직원들은 하나둘 그만두고, Y의 곁에는 처음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밖에 남지 않았다. 투자는 막혔고, 개발이 다된 모바일 서비스의 운용과 고도화초도 생산 후 판매를 기다리던 제품의 후속 라인업의 생산도 멈췄다. 광고가 끊기자 판매가 줄고, 판매가 줄면서 자금 회전의 톱니바퀴도 멈추었다.



성장 그래프에 집중하며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넘어, 가용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원까지 끌어모아 운영에 쓰다 보니 늘어나는 매출은 이자와 원금을 메꾸는데 쓰였다. Y의 사업은 앞으론 남는 것처럼 보였는데, 뒤로는 밑지는 일이 매달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식의 신화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사이즈가 될 때까지 지속적인 외부 투자로 경쟁자보다 오래, 멀리 달릴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는 것을 쿠팡이라는 사례가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쿠팡이 아니다. 우리는 손정의가 아니고, 김범석이 아니다.


Y가 처음 자기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동일 카테고리의 제품을 모두 구매한 것이다. 그리고 상품 라벨에 붙어있는 제조공장을 모두 기록한 다음 일일이 모든 공장을 찾아다녔다. 한번 찾아간 곳 중 괜찮게 느껴진 곳은 두 번 세 번 찾아가 대표나 공장장과 오랜 시간 얘기하고, 그렇게 관계가 쌓인 두 곳에서 자기 제품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접근인데 그 단순한 걸 누구나 할 수 없으니 Y의 열정과 집요함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Y의 곁에는 회계나 재무에 전문가가 없었다. Y는 복잡한 수식이 들어간 엑셀 문서로 매출과 매입, 이자와 원금의 지출, 판매 관리비 등을 계산하며 자금 운용을 맞추려 했지만, 성장에 골몰하며 늘어나는 매출에 상기되어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는 동안 뒤로는 급여 지급일이 밀리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늘어나는 등 밑지는 장사가 계속되었다. 사업이 커지기 시작할 때 그의 곁에 꼿꼿한 재무 전문가가 있었다면 Y의 현재는 조금 달라졌을까?


Y의 사업은 결국 규모가 큰 다른 회사가 부채를 끌어안으며 인수하게 되었다. 인수한 회사에 합류해 일하던 Y는 최근 다시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독립을 선언했다. Y가 독립하겠다고 하자 Y의 동료 한 명이 따라 나왔다. 나는 Y의 성공을 의심치 않는다. Y도 과거의 실패에서 많이 배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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