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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미니 Feb 06. 2021

교사 성찰 일기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는데! 

 영화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의 유명한 대사이다. 성장이라는 단어에는 뭔가 사람의 의지를 자극하는 기분 좋은 설렘이 묻어있다. 우리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찾아 들으며,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이유를 이 영화 대사가 깔끔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인생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겠다고 고민하고 애쓰는 사람들은 대단한 의지와 인생철학의 소유자여서가 아니라, 성장을 통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도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불편한 도전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일단 뭔가를 배우면서 시작한다. 배움의 과정에서 앎과 깨달음과 실천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바로 그 빛나는 성장 모먼트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졸업과 취업이 남은 인생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기에 비자발적인 성장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어찌 되었든 현대인에게 평생학습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성장 로드맵에 올라탄다. 

 

VUCA : 불확실성의 미래 

 나에게도 성장은 늘 기분 좋은 자극제였다. 학생의 성장을 돕고 또 교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러나 2020년 다시 마주한 세상은 나를 다시 배움의 초보 단계로 내려보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했다는 소박한 성취감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미래 세계 앞으로 나를 끌어다 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래사회는 크게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네 가지 특징으로 설명된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유발하는 막막한 단어들이다. 복잡하긴 했어도 비교적 예측 가능하고 익숙했던 지난날에 작별을 고할 때가 된 것인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로 쌓아놓은 심리적 방어선도 곧 무너지겠지. 그간의 성장을 위한 노력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화실성의 미래에 이토록 거부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디지털 시대, 유비쿼터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과학 기술 영역의 어휘들을 접할 때마다 머릿속 회로가 실타래처럼 꼬여버린다. 이 땅에 과연 문과생이 설 자리는 남아 있는가 비판의 날을 세우다가도 융복합을 강조하는 미래 교육 시대라는데 여전히 이과와 문과를 나누고 있는 나의 이분법적 사고가 또 얼마나 올드한 발상인가 자책하고 만다. 로봇과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사회에 이미 우리는 살고 있다는데, 강산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학교는 여전히 녹색 칠판과 교탁, 일렬로 줄 맞춘 책걸상의 정형화된 교실 모습 그대로였지 않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서서히, 자연스럽게, 단계별로 진화했다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코로나 펜데믹은 우리에게 그럴만한 여유와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고 어서 빨리 에듀테크 기반의 미래교육 체제로 전환하라고 독촉만 할 뿐이다. 그렇게 불확실한 미래는 코앞으로 다가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변화와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당신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학교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학생들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우려와 현실적 여건의 여러 문제들로 번번이 실패했던 교실 내 와이파이 구축이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코로나의 위력을 실감한다. 기계 너머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던 온라인 교육은 여러 현실적 문제점들을 드러냈지만 보완과 발전의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온라인 교육 이전으로의 회귀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실 수업 프레임에 십수 년 맞춰왔던 몸과 마음을 새로운 사고 체계에 맞춰 전환하는 일은 당황스럽고 어렵지만 이 또한 숙명이다.  

 AI 교사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설마 싶었던 미래 사회의 일들이 현재 진행형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제는 진정 환골탈태식의 성장이 아니고서는 버티는 것이 해답인 시대는 끝났음을 통감한다. 비자발성과 절실함의 그 어느쯤에서 다시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래 교육을 담당할 교사의 역량과 역할 변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온라인과 인공지능 이야기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강사는 대뜸 당신의 교육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머리가 멍해진다. 디지털 기기와 최첨단 수업 도구 사용법을 능숙하게 다루고 온라인 수업도 문제없이 해내는 능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강의를 듣고 책을 찾아 읽으며 다시 한번 비상하겠다고 준비 중이었다. 그렇게 미래 사회에 대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순간에 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쫓기듯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교육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임을 깨닫고 나니 지나간 교직 인생에 대한 엄청난 반성과 성찰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나에게도 그 어렵다는 의식 전환이 일어나는 건가. 그렇다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앞으로 교육자로서 어떤 중심을 잡고 살아갈 것인지. 학생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finally 어떤 교사로 남고 싶은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나만의 교육철학을 다시 정립할 때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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