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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외국인만 낳아요?

by 소화

2025학년도 우리 학교 입학생은 세명이다.

원래는 네 명이었는데 한 학생이 이사 예정이라고 한다. 둘씩 짝꿍이 딱 맞는 사총사가 되려나 기대했지만

성경에서 의미하는 완전 수 ’ 3‘. 세 명이라도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실, 2024학년도 세 명이었으니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 반 힘찬이 동생 씩씩이도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입학생들 예비소집일이 있던 어제.

힘찬이 어머니 슬기 씨는 바쁜 아침 일정으로 오후에 학교에 방문하셨다.

힘찬이와 4년 동안 함께한 나는 힘찬이 어머니와는 지나가며 손을 잡고 흔들기도 하고

추운 날 일하느라 꽁꽁 언 손을 내 주머니에도 넣으며 온기를 전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분이다.

보호자라고 하기보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있는 남편을 대신하여 하루에도 3~4개의 일을 하며 한 가정의 가장역할을 하는 분이다.

그 짐을 함께 지어주지 못해 안타깝고 안쓰러운 한 ’ 여성‘으로 다가오는 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겐 그런 슬기씨다.


교무부장 선생님께 입학 준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내년도 입학생이 세명이라고 했더니만

“ 한국 사람들은 애를 안나. 애는 다 우리 외국 사람만 낳아.” (힘찬이 어머니는 캄보디아 분이다..)

그 말씀이 너무 재미있어서 큰 소리로 웃었다.

“어머니, 미안해요. 나도 하나만 낳았어요. “ 모두가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예리한 힘찬이 어머니는 한마디 더 보태신다.

“애는 우리가 낳고, 한국 사람들은 다 개만 키워.”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고, 엄니, 나는 … 개는 안 키워. 그래도 하나만 낳아서 미안해요.”


교무실에 있던 모두가 힘찬이 어머니 말에 웃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또 강하게 부인하거나 반박할 수 도 없는 말이다.

다문화가정이 이미 60% 가까이 되는 이 동네에서는 말이다.


그저 웃어 넘기기엔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아이 하나만 낳아서 키우는 내가 제일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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