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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을, 그 교실을 믿어라.

by 소화

버찌책방에서 ‘난다출판사’의 대표이며 시인인 ‘김민정‘ 시인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2시간 남짓 오고 간 이야기 중에 내게 온 믿음, 희망이 있다면

“내가 쓰는 글을 믿어라. “

“내가 쓴 글 안에 내 틀이 있다. 내가 있다.”인 것 같다.

확신하는 “-이다.” 가 아닌 “-인 것 같다.”라는 어미처리가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또한 나에게 다가온 내 아이들과 교실의 이야기를 이야기에 결국 나와 아이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믿고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곧, 나의 교실 이야기를 책으로 엮게 된 후

“언제부터 교실 이야기를 기록하게 되었어요?”라고 인터뷰하는 상상을 한다면

“ 첫 발령 때 함께 했던 국어 시간에 제가 개가 짖는 소리를 흉내 내는 말을 듣고 ‘와, 선생님 진짜 개 같아요.’ ”라는 말을 듣고부터였어요. “

라고 대답할 것 같다.

(책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미 북토크하고 있는 상상을 하고 있는 나란 사람)

그 ‘개 같다.’라는 말을 한 것은 흉내 내는 말을 듣고 찾는 그 시간의 수업 목표에 딱 맞는 대답이었는데 어쩐지 칭찬도, 욕도 아닌 그 대답이

나는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 나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고 그 대답을 한 상식이는 되려 ‘선생님이 왜 저러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머쓱해했다.


지나가는 다른 선생님이 들었다면 감히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해? 그런데 선생님은 웃고만 있어? 하고 혀를 차며 신문에 났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나는 그 ‘개 같다.’라는 말이 오고 간 감정을 확실히 느꼈기에 그저 큰 웃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돌아와 기록했다. 이토록 재미있었던 오늘 내 교실의 이야기를.

그것이 나의 수업 기록 시작일 것이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재미, 기쁨, 감동. 그것이 나의 교실에는 있었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고 아픈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분명 차고 넘치는 감동과 기쁨이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출근하는 것이 먹고살기 위한 ’ 업‘을 넘어 글감을 찾게 된 것이.

담고 싶은 것이 결국 아이들의 말과 삶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의자를 더 바짝 당겨 아이들 앞에 마주했다.


1년 365일, 수업일수 190일이 매일 깔깔 대고 웃을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내 기억 속엔 슬프고 힘들었던 날보다는 유독 더 재미있던 아이들의 ‘말’이 있던 날이 살아있다.

- 기록했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 일 것이다.


문득, 지나치게 밝고 다정한 것만 살아남았나? 그렇지 못한 이면의 것들은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은 아닐까?

동료들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나만 교실이 이렇게 즐거워도 될까?

흔히 말하는 힘든 부모, 아이를 만나지 않았고 그저 ‘운’ 타령을 하며 잘 넘어갔기에 나는 밝고 다정한 이야기만 쓸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써 내려가는 교실 이야기가 그들에게 미안해야 한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내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저 수박 겉핥기식 학급 운영이었기에 고민 없이 그저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반성도 있었다.


이래도 될까? 이렇게 재미있어도 될까?

그 고민들은 결국 주저함으로 닿았고

기록하고 싶어도, 써 내려가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분명 즐거웠던 분위기는 기억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기록하지 않은 것들은 기억에서도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주저함과, 그래도 나아감 사이에서 밀고 당기며 기록하던 나의 교실이야기들.


시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밝고 다정한 것이 잘못은 아니구나. 내가 담아내는 내 틀이 그것이었구나! 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보고자 생각한다.

나는 올해도, 아이들의 삶에서 글감을 찾는 사람,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쓰는 감각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문득 지난주 방학식날 갑작스런 송별 인사가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하시며

“교장선생님이 볼 때, 학교를 제일 즐겁게 다니는 선생님 이었어요.” 라며 나를 소개해주셨다.


나, 정말 즐겁게 살고 있구나. 억지 글감을 찾는 것이 아닌 정말 즐겁고 재미있어서 그런 글들을 써내려 가고 있었구나.

안도했다.

더욱더 믿고 힘을 내어 본다.

내가 써 내려갈 이야기, 그 교실을 믿어본다.


그 안에 내가 있고 나의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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