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의 마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일상에서 특별한 마음을 전할 일이 있다면 빠지지 않는 것은 손편지다.
더 즉각적으로 빠르고 자세하게 구구절절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메일, 카카오톡과 메신저들이 있지만
아주 긴 글이 아니더라도 손으로 적은 몇 글자의 마음이 들어가야지만 나는 비록 내 마음이 전해진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선물을 준비했더라도 그 안에 직접 손으로 적은 편지를 넣지 않으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 소풍 도시락에 김밥대신 유부초밥이나 간식을 넣어도 빠지지 않는 것은 짧은 마음의 쪽지였다.
그 덕에 도시락을 완성시키는 것은 화려한 김밥이 아닌 엄마의 편지가 되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점점 손 편지를 할 일들이 줄어든다.
일상의 바쁨 때문일까 아니면 무뎌지는 내 감정들 때문일까?
두 가지 모두 해당일 것이다.
또 하나 주저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때로는 내가 전하려는 감정들이 상대방에게 너무 특별하게 다가가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일에 더 과감해지기도 하지만 눈치 볼 것도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상대에게 전하는 가장 큰 마음은 그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과 나의 마음이 담긴 짧은 편지라 할 수 있다.
종업식 날 아침에도 나는 펜을 들었다.
학교에 가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던 것은 나의 아이들, 동료들도 있었지만 정말 큰 이유는 바로 급식이었다.
늘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식판 가득 담아 주시던 그 사랑.
나는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게끔 구첩반상으로 식판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시고
아무리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려해도 저절로 엄지 척을 하게 해주는 맛으로 점심을 챙겨주시던 급식실 여사님들.
이제 학교를 옮기니 더 이상 이 화려한 점심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아쉬움과 그동안의 감사함을 가득 담아 짧은 편지글을 적어내려 갔다.
감히 담을 수도 없는 그 마음을 어떤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지만
넉넉하신 영양선생님과 조리실 여사님들께서는 나의 부족한 표현에도 맛깔난 해석으로 마음을 받아주셨다.
며칠 전 역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생각해 보니 지난 2024학년도를 즐겁게 교실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분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신규교사 자격연수에서 첫 강의를 했던 그날.
나는 강의를 할 때보다도 끝마치고 더 덜덜 떨었다. 들춰보지 못했던 내 안의 긴장과 불안함이 몸으로 전해져 정말 온몸이 덜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그런 나에게 역시 마음을 담은 긴 장문의 메시지로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들어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도움이 될 것이라 해주시는 그 말에 큰 힘이 되었다.
그 자리에 섰던 것이 부끄럽지 않게 일 년을 정말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연히 다른 연수에서 다시 만났고 그때의 내 얼굴을 기억하셨는지 먼저 인사를 해 주셔서 나도 마음을 전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짧은 엽서와 더하고 싶은 마음은 책 한 권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모두 다 같을 순 없을 것이다.
나만의 방법으로 전한다면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온전히 전달될 것이다.
꾹. 꾹. 눌러 문장에 마음을 담는다.
온전히 향하길 바라는 마음을 함께 넣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