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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용기를 건네는 사람들

by 소화

전임교에서 함께한 시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함께 수업을 고민하고, 아이들을 이야기하고, 삶을 나누었다
하루를 마치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던 사람들.


직장이란 이름 너머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었기에 그 시간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학교로 옮길 때, 마음 한켠이 허전했다.
다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들과의 인연이 그 자리에서 멈추는 건 아닐까,
조용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떠난 이후에도
그들은 내 곁을 완전히 놓지 않는다.
멀리서도 안부를 묻고, 어떤 길을 가든 응원한다고 말해준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나를 먼저 믿어주는 사람들이다.


요즘 나는 한 가지 도전을 앞에 두고 망설이고 있다.
시작하기엔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고, 그저 지금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나를 잘 아는 그들은 그 마음까지 알고 있다는 듯 조용히 말한다.

"넌 해낼 수 있어."
"우린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용기가 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계속 네 편이야."

그 말들이 내게 큰 소리를 내진 않는다.
다만, 멀리서도 나를 향해 놓이지 않은 마음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오늘, 오랜만에 그들과 만난다. 마주 앉아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의 시간과 고민을 조용히 헤아려줄 사람들.

그 곁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설렌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여전히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늘 나는 다시 내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 마음들이 오늘, 내 비빌언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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