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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걸어두는 언덕

by 소화

나는 종종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오래 머문다.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 벚꽃 아래서 나눈 짧은 인사, 복도 끝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그 순간들은 쉽게 지나가 버릴 수도 있지만, 내겐 그렇지 않다.

나는 자꾸만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어진다.

마치 흙 속에서 작은 씨앗을 발견하듯,

무심한 순간 안에 숨겨진 마음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바라보게 된다.


교사라는 이름 아래 서 있지만, 나는 사실 매일 마음의 언덕을 쌓는 사람이다.

어린이들과 나 사이에, 또 서로의 사이에 말과 시선과 시간이 겹겹이 쌓인다.

그건 교과서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누가 친구에게 먼저 다가갔는지,

누가 긴장한 발표 앞에서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았는지,

그런 순간들이 교실을 조금씩 바꾸고, 나를 다시 교육자로 만들어준다.


어떤 날은 수업보다 한 아이의 속삭임이 더 크게 남는다.

“선생님, 이건 제 이야기예요.”

책 속 이야기에 자기 마음을 얹어 말하는 그 목소리는,

내게 가장 큰 선물이다.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다시 사랑을 배워가는 스승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다듬고, 수업안을 고치고, 행정 문서를 정리하면서도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말이 누구에게 닿을 수 있을까?”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누군가의 마음이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다.

이런 마음이 내 재능이라면, 그건 아마 ‘따뜻하게 말 걸기’일 것이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을 놓는다.

그 말이 질문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며,

어쩌면 작은 용기를 건네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글로, 누군가는 수업으로,

나는 오늘도 그걸 마음의 언덕 위에 조심스레 걸어둔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마음들이 언젠가

아이들에게, 나에게, 이 교실에 따뜻한 그늘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한 페이지를 연다.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을 위한 말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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