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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꽃에게로

by 소화

우리 교실은 하루 종일 우당탕탕 소리로 살아 있다.
책상은 쿵쾅거리며 움직이고, 발걸음은 늘 빠르다.
아이들의 삶이 활기찬 만큼, 나는 자연스럽게 “조심해! 뛰지 마!”

조심, 조심, 조심.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은 입에 달라붙었다.
멈추게 하기 위해, 사고를 막기 위해,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말.
그런데 오늘, 그 익숙한 단어가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매주 수요일은 우리 교실의 작은 화분에 물을 주는 날이다.
아이들이 작은 물병을 들고 화분 앞에 섰을 때,
나는 그저 평소처럼 물을 흘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조심, 조심… 너무 많이 주면 꽃이 아파.” 그 조심은 다정했다.

평소 내가 하던 '조심' 과는 달리 누구를 멈추게 하려는 말이 아니라,
꽃과 흙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그리고 물을 다 준 아이가 화분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꽃아, 잘 자라.”

‘가르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아이들 안에서 다르게 피어나고 있었다.
자연 앞에서 아이들은 저절로 조심해지고, 누구보다 따뜻해진다.

조심성도, 공감도, 배려도 때론 설명보다 ‘경험’ 속에서 더 선명하게 배운다.
아이들이 자연에게 건넨 말은 곧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오늘, 나는 그 다정한 손길과 말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배웠다.
자연 속 감각이 삶이 된다는 것, 책상을 마주하고 하는 가르침보다

서로 눈과 마음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시간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
이 교실에서,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오늘이 나에게도 따뜻한 비빌 언덕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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