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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없는 날개로도, 우리는

by 소화

나는 가끔 아이들을 바라보며, 세상에 혼자 남겨진 보르카를 떠올린다.
깃털이 없어 하늘을 날 수 없는 기러기, 보르카.
그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기러기들과는 달랐다.
깃털이 자라지 않아 날지 못했고, 형제자매들은 그런 그를 놀렸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그를 남겨두고 남쪽으로 떠나버렸다.

보르카는 우리 교실에도 있다.
신체적 제약, 가정의 불안정, 언어의 다름, 사회적 고립…
누구도 그 아이에게 “넌 괜찮아, 넌 있어야 할 존재야”라고 말해주지 않을 때,
그 아이는 깃털 없이 세상에 남겨진다.

책 속의 보르카는 결국 새로운 존재들과 만나며 삶을 이어간다.
그를 처음 받아준 건 개 파울러와 맥칼리스터 선장.
그들은 보르카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대신 작고 감당 가능한 역할을 주었다.
“너도 할 수 있어.”
“너도 여기 있어도 돼.”
보르카는 그렇게, 스스로의 자리를 발견해 간다.


나는 그 장면에서 멈춰선다.
내가 과연 아이들에게 그런 파울러와 선장이 되고 있는가?
오늘, 보호받지 못한 한 아이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슬픔만 삼켰다.
그저 내 마음은 무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다르다.
하지만, 누구든 어울릴 수 있다.
그리고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나는 더 많은 기술보다, 더 좋은 제도보다, 양심에 따라 움직이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아이, 가장 뒤처진 아이에게 가장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내가 오늘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깃털이기를 바란다.

깃털 없는 날개로도, 우리는 함께 날 수 있다.


내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브로카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교실에서,
텅 빈 의자를 마주한 채, 나는 어떤 하루를 시작해야 할까.

답은 모른다.
그저 오늘은,
슬퍼하는 일조차 나의 몫이라는 걸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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