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말이 반짝 빛날 때가 있다.
그건 멋진 문장도, 어려운 단어도 아니다.
그저 그 아이 마음에서 곧장 흘러나온 말.
진심이 담긴 말은 어느 순간, 그림책보다 아름답고 교과서보다 더 교과서 같다.
오늘 교실에 그런 말이 피어났다.
쉬는시간이 끝나갈 무렵,
다온이가 솔이 책상에 자신의 준비물을 올려두었다.
잠시 뒤 교실에 들어온 솔이는 책상 위 물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건 누구 거지?”
예전 같았으면, 다온이는 순간 얼굴을 찌푸리며
“왜 내 물건에 손댔어?” 하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다온이의 목소리는 한 뼘 자란 마음처럼 부드러웠다.
“솔아, 미안해. 내가 얼른 치워줄게.”
내가 놀랄 틈도 없이,
솔이도 그 말을 온전히 받아주었다.
“괜찮아. 내가 옮겨 줄게.”
솔이는 말 그대로 조심스럽게 다온이의 학용품을 들어
자연스럽게 다온이 책상 위로 옮겨주었다.
그 짧은 순간, 두 아이의 말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 장면처럼 다정하게 오갔다.
화내지 않고, 탓하지 않고,
실수를 감싸주고, 사과를 받아주며
서로의 마음을 건네는 그 대화 속에
아이들의 성장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나의 눈길보다 더 먼저 서로를 알아보고 있었다.
격려받고 싶은 마음을 알아채고,
조심스레 건네는 사과와 이해로 서로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는 모습.
오늘 나는, 다온이와 솔이가
서로의 비빌 언덕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야말로 함께 자란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 장면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며
이렇게 적어두고 싶었다.
다온아, 솔아.
오늘 너희가 나눈 말은 참 따뜻했어.
말 한마디로도 서로를 더 환하게 자라게 해주었단다.
앞으로도 실수할 수 있고,
서툰 마음에 상처가 생길 때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너희의 하루는 분명 더 반짝일 거야.
그리고 그런 너희 곁에서
함께 자라고, 지켜보며 배워가는 나도
정말 고맙고 행복해.
작은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는 날들,
그런 날을 함께 살아가는 지금이
참 소중하고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