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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 곳을 기다리는 내일

by 소화

또 떠나야 한단다.

머물던 방은 네 집이 아니라고.

다시 짐을 싸라고.


열 살 아이의 꿈은

한낮 바람에 흩날린 민들레 홀씨였다.

아직 뿌리도 내리지 못했는데

세상은 또다시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 곁에 서 있었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어른이잖아. 부모잖아.”

내 속에서 수없이 부서진 문장.

끝내 목구멍을 넘어오지 못한 절규.


집에 돌아오니

내 몸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어깨는 뻣뻣하고,

숨은 무겁고,

눈꺼풀조차 닫히지 않았다.

분노와 무력감이

내 근육과 뼈마저 옭아맸다.


교육과 돌봄 사이,

나는 어떤 어른이어야 하는가.

단단한 집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바람만 막아 주는

작은 그림자에 불과할까.


그저 바란다.

언젠가 흙을 만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아이가 진짜 머물 수 있는 집을 얻기를.

내일의 하늘이

조금은 덜 잔인하기를.


내일을 말하고 싶지만,

지금의 나는 내일조차 붙잡지 못한다.

그저 오늘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고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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