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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배움,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힘

by 소화

지난 2년 동안 나는 지역 교육청 수업 축제에서 수업 공개를 했었다.

지나고 보니 수업을 준비했던 시간들은

단순한 수업 기술에 대한 나눔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들을 동료 교사들과 나누는 시간이었고,

나 스스로도 교사로서 많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올해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게 되었다. 발표자가 아닌, 수업 코치로 참여하고 있다.

어제는 1학년 통합교과 수업을 두고 코칭단과 수업자가 함께 모여 깊이 이야기 나누었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순간을 어떻게 길어 올릴 수 있을지,

수업 속 작은 반응이 어떻게 배움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오갔다.

그 대화 속에서 느꼈다.

좋은 수업은 한 사람의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자라나는 것임을.


돌아오는 길, 지칠 거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누군가의 수업을 함께 고민해주는 일이 곧 나의 배움이었기 때문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혼자만의 성실함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동료와 함께 성장할 때 훨씬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 여운은 오늘의 교실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눈빛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었고, 작은 멈춤조차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낼 수 있었다.

어제의 나눔이 오늘의 수업을 바꾸고, 오늘의 성찰이 다시 내일을 바꿔 가고 있었다.


퇴근 후 은미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다시금 생각했다.

나는 결국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과의 배움, 동료와의 배움, 그리고 나 자신과의 배움. 그 모든 과정이 교사로서의 나를 지탱하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앞으로 내가 바라보는 교사의 전문성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 그 힘을 키우는 것이 곧 교사의 전문성이라 믿는다.

아이들의 눈빛을 존중하고, 그들의 멈춤을 기다려주며, 동료와 함께 고민을 나누는 일. 그것이 내가 나아가고 싶은 길이다.


삶의 작은 배움들이 모여 오늘을 밝히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내 교실이 기다려진다.

단순한 수업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해 가는 살아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 길을 걸으며 때로는 흔들릴지라도, 함께 고민을 나누고 마음을 나눠주는 동료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그 고마움이 있기에, 나는 더 오래, 더 따뜻하게 교사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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