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시간, 나는 종종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본다.
그 모습만으로도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냈다는 사실, 학교에 와서 많이 웃고 떠들었다는 흔적만으로도
나는 마음속으로 “잘했다”를 건넨다. 크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좋다.
무사히, 즐겁게, 서로의 얼굴을 보고 지나간 하루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은 두 아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누구보다 친구를 기다리던 아이들인데, 요즘 둘은 서로에게 기대며 지금을 건너는 중이다.
느티나무 그늘이 길게 드리운 하굣길, 그 그늘은 쓸쓸함이 아니라 든든한 울타리처럼 보였다.
둘이 나란히 걸을 때면, 그 아래가 작은 안마당이 되는 듯했다.
아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게 들썩였다.
그 리듬에서 오늘 하루가 들렸다.
친구와 나눈 웃음, 어딘가에서 살짝 삐걱였을지도 모를 순간, 그래도 끝내 함께 맞춘 보폭.
신호등 앞에 서면 한 아이가 먼저 멈추고, 다른 아이가 옆에서 따라 선다.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동안, 다른 친구는 잠깐 기다려 준다.
크지 않은 장면들이지만, 우정은 이런 장면들이 겹겹이 쌓이며 자란다.
나는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 세우고 손을 흔들었다.
“주말 잘 보내렴.” 둘은 동시에 돌아봐서 같은 손짓으로 답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갈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오늘 따라 새삼 또렷했다.
누군가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힘, 그 힘이 아이들을 내일로 데려갈 것이다.
교사의 응원은 때로 조용한 것이 좋다.
필요할 때 이름을 불러 주고, 멀찍이 서서 길을 지켜 주는 일.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의 속도를 믿어 주는 일.
그렇게 자리를 지키는 동안, 두 아이는 서로에게 그늘이 되고 때로는 햇살이 된다.
나는 그 곁에서 “잘했다”를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분명하게 건네 보려 한다.
발걸음의 리듬이 골목 끝에서 잦아들었다. 보폭을 맞추던 모습이 눈에 남는다.
우정은 이렇게 조용히 크는구나. 나는 내일도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에서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