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빨리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어.‘ 온작품 읽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각자 하나씩 ‘기다리는 것’을 정했다. 치킨 먹기, 피자 먹기, 키즈카페 가기. 마음만 먹으면 해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해줄 수만은 없는 소박한 바람들. 너무 귀여워서 자꾸 마음이 기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우리는 각자의 작은 목표도 하나씩 정했다.
친구들과 하루를 웃으며 보내기, 울지 않고 가기, 밥 다 먹어보기.
나는 하루에 한 권씩 책 읽어주기.
아이들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나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요즘 교실은 기다림 스티커를 모으는 일로 시끌벅적하다. 오늘도 아이들이 스티커판을 보며 “선생님이 꼴찌네!” 하고 깔깔거리며 서로의 스티커를 세었다.
크리스마스까지 열한 밤 정도 남았는데, 아이들이 꽤 열심히다. 나도 벌써 여섯 개나 모았다. 은근히 더 모아야겠다는 마음이 스쳐 지나간다. 나도 지지 않는다.
그래서 장난을 건넸다.
“나는 너희들 스티커 못 모으게 방해할 건데? 결이는 집에 갈 때 울게 하고, 밥은 더 주세요~ 해서 다 못 먹게 해야지?”
아이들은 몸을 구부리며 웃더니 “안돼요~~! 우리 힘 모아서 선생님을 꼴찌하게 하자” 하고 맞받는다.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별것 아닌 이야기 하나로도 이렇게 오래 웃을 수 있는 교실이 되었다.
그 웃음 사이에서 마음 한 줄이 또렷해졌다.
아이들만 자란 게 아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교실은 온통 ‘나’로 가득했다.
내가 먼저, 내가 갖고 싶어, 내가 하기 싫어.
그 마음이 부딪혀 날마다 다툼이 이어지곤 했다.
한 걸음 물러나 마음을 보는 일, 친구의 기분을 살피는 일은 아이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였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를 꼴찌로 만들겠다며 장난을 치고, 농담 속에서도 미세하게 서로의 기분을 읽는다.
자기만 보던 눈이 조금씩 옆을 향하고, 웃음 안에 서로에게 건네는 온도가 생겼다.
그 변화가 놀랍고, 기특하고, 참 고맙다.
나만 아이들의 마음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서로의 마음을 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크리스마스까지 아직 열한 밤이 남았다.
하지만 기다림은 이미 시작되었고, 기다림 속에서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있다.
나도 너희들만큼 빨리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다.
이미 따뜻한 크리스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