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작가의 신작 ‘나나 올리브에게‘를 읽고
모처럼 고요하고 안온한 주말을 보냈다.
주말은 루리 작가의 신작 나나 올리브에게와 함께 했다.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회오리 바람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회오리 바람인 거예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떠올렸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생각은 더 깊어졌고,
결국 마음은 아이보다 먼저 어머니에게 닿았다.
아이의 지금의 삶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가정 상황이라는 거대한 바람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잘 지내고 있지만
그리움이라는 구멍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엄마를 기다리며 마음을 달래고,
때로는 체념을 배워야 했던 시간이다.
학습발표회날..
아이의 몸은 무대 앞을 향해 있었지만,
마음은 뒤편 문에 있었다.
엄마가 오시는지, 숨을 참으며 기다리던 그 모습.
작은 어깨의 긴장감, 흔들리는 손끝.
나는 그 순간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오시길 소망했다.
엄마가 오지 못하면 아이의 마음이 다칠까 봐 불안했던 것이 아니라,
그 어머니 또한,
이 기다림 앞에서 얼마나 떨리고 있었을까—
그 마음이 자꾸만 떠올랐다.
혹은 이미 자신도 여러 번 무너졌을지 모른다.
상황이라는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부모로서의 마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며
매일 흔들렸을지 모른다.
아이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그 어떤 운명보다 더 강한 회오리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공연 시작 직전,
나는 그 아이보다도 그 어머니를 응원하고 있었다.
제 시간에 도착해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아이의 그 작은 빈자리가
오늘만큼은 따뜻하게 채워지기를,
그 어머니에게 꼭 그 힘이 닿기를.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 활짝 피어오른 그 미소.
그것은 아이의 기쁨이자, 동시에
어머니가 견뎌온 시간의 결실처럼 느껴졌다.
책의 문장이 다시 떠오른다.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회오리 바람이라고—
그렇다면 어머니의 마음도
그 사랑도
그 또한 거대한 회오리였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 속 구멍을
언젠가 꼭 자신이 채워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만든 회오리.
아이의 빈자리만큼
어머니의 마음에도 깊은 움푹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아이보다도
그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응원하고 싶어졌다.
아이의 기다림이
어머니에게도 닿아
둘이 다시 함께 살 날을 조금씩 앞당기기를.
삶의 회오리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두 사람을 향한 마음만큼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