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어린이 《봄》호에 나의 글이 실렸다.
지난해 가을이 막 시작될 무렵, ‘봄’호 원고 의뢰를 받았을 때 나는 마음이 들뜬 새처럼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 기쁨이 너무 커서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 사실을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문장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까지 나는 그 원고를 오래 붙들고 있었다.
원고를 쓴다기보다, 그것을 곁에 두고 함께 계절을 지나온 느낌에 가까웠다.
분량으로 보면 겨우 몇 장의 글일지 모르지만, 그 몇 장 속에는 교실에서 지나온 시간과 마음이 겹겹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막상 원고를 보내려니 망설여졌다.
혹시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 괜히 부끄러워질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원고를 선뜻 떠나보내지 못했다.
결국 마감일인 12월 31일이 거의 다 되어 조심스럽게 원고를 보냈다.
마치 오래 품고 있던 이야기를 살며시 놓아 보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보듬던 시간만큼의 시간이 지나,
이제 그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만났다.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봄이 되면 우리 교실에 들려올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글을 썼었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교실에서 지나온 사계절의 이야기였지만, 그 글을 쓰던 나의 마음에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이 먼저 와 있었다.
그리고 그 봄이 시작되었다.
새학기가 되어 나는 다시 아이들과 교실에서 만났다.
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변화, 스스로는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용기, 조용히 피어나는 마음을 먼저 알아보고 이름 붙여 주는 사람.
아이들이 미처 뽐내지 못한 성장의 순간들을 찾아 주는 일이 내가 교실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상하며 써 두었던 교실의 봄 이야기를 이제 다시 펼칠 시간이다.
온작품 읽기가 우리에게 마음에 붙일 언어를 충분히 만나는 일이라고 믿는 것처럼, 올 한 해도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에 붙일 언어를 건네며 함께 자라갈 것이다.
어쩌면 교실은 늘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이야기가 첫 장을 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