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보다 더 환한 것

by 소화

학교 중앙현관 벽면에 대형 거울이 붙었다.
그저 거울 하나 붙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문다.
마치 거울을 처음 본 옛날이야기 속 사람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제 얼굴을 들여다보고 웃고, 옆 친구 얼굴도 함께 비춰 본다.

거울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그 앞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거울보다 아이들이 먼저 보인다.
어쩌면 거울은 벽에 붙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거울 한가운데 붙어 있는 것만 같다.


아침 등굣길, 5학년 이현이(가명)도 그 앞에 서 있었다.
교무실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응? 뭐라고 했어?”

내가 다시 묻자, 이현이는 조금 조심스럽고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보자마자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거울 보느라 바로 그러지 못했어요.”

나는 순간 웃음이 났다.
그리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세상에, 그렇게 말해 주는 게 더 고마운데.
선생님이 지금까지 나눈 아침 인사 중에 제일 기쁘고 고마운걸.”

그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학교에서는 매일 수많은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잘 잤어?”
익숙하고 반가운 말들이 복도와 교실과 현관 사이를 오간다.

그런데 어떤 인사는 형식보다 먼저 마음이 도착한다.
이현이의 인사가 그랬다.
먼저 인사하지 못한 일을 얼른 덮어두지 않고,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건네는 그 마음.
그 마음이 참 예뻤다.

아이들은 자주 우리를 놀라게 한다.
대단한 일로가 아니라, 이렇게 작고 맑은 순간으로.
어른들은 대개 결과를 보고 감동하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과정도 아니고 찰나에 감동할 때가 있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 한마디를 건네는 표정, 서둘러 멈춰 서는 발걸음, 미안함을 전하는 목소리 같은 것들.

학교는 그런 작은 감동들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배움이 매일 피어난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 상대를 향한 다정함 같은 것들 말이다.

거울 앞에 서 있던 아이는 자기 얼굴을 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아이의 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만날 때마다 학교라는 곳이 다시 좋아진다.

별것 아닌 하루가 별것이 되는 곳.
그저 지나갈 수도 있었던 아침이 오래 남는 장면이 되는 곳.

아이들과 마주치는 이런 작은 순간들 덕분에 나는 오늘도 학교를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 좋다.
이렇게 마음이 먼저 와 닿는 순간들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 사이에 숨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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