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서 배운다.
학교 앞.
늘 출퇴근길에 지나치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아마도 엄청난 위력을 이야기하던 태풍 11호 힌남노가 온다고 하기 며칠 전,
호박 밑에 무언가 받쳐져 있었다.
퇴근길 잠시 멈추어 보니 의자와 정수기통을 쌓아 받쳐두셨다.
다음 날 아침, 1교시 수업을 시작하며
나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고 나가자고 권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이 집의 담벼락 앞에 섰다.
내 눈길을 멈추게 한 이 호박과, 호박을 받쳐주는 의자를 함께 보았다.
너무 일찍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저 호박 하나가 떨어지지 않고
잘 여물수 있도록 의자를 받쳐주는 정성.
너무 무겁지 않게, 너무 힘들지 않게 지지해 주는 배려가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들과 환경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 작은 식물 하나가 잘 자라도록 정성을 쏟고 돕는 것 그보다 더 큰 교육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내가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너희들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이야기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에게 저 의자 같은 존재가 되어 줄 수 있길,
너희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그런 든든한 존재가 되길 다짐해 보았다.
함께 이 늙은 호박과 의자를 바라보며...
점심시간에는 은미샘과 함께 다시 이 호박 앞에 섰다.
그리고 다시 또 그 이야기를 나누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보았다.
이 작은 생명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