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이 학교다.

by 소화


여행의 끝에 있던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 거지 같은 뉴스가 불과 2년 전에 있었던 일이란다.

그것도 어느 괴담이 아닌 우리나라 나름 선진지라는 곳에서.

잠들 무렵 인터넷 뉴스에 충격을 받아 화와, 복받쳐오는 설움으로 목이 메었다.



생활부장을 할 때 학교 앞에 노점을 하시는 할머니가 아이스크림 트럭을 몰고 와 판매를 하면


어떤 학부모가 그 순간 그것을 시교육청, 도교육청, 시청, 경찰서, 검찰청... 본인이 알고 있는 공권력이라

해당되는 기관에는

전부 민원을 넣는 사람이 있었다.

교사가 위생구역 관리해야 하는데

나와보지도 않고 직무유기로 아이들 위생지도, 생활지도 안 한다는 사유로.

아니 수업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와서 아이스크림을 파시는지 뭐 하시는지 우리가 교문 앞에 서있냐고요?


그리고 그 아이스크림 좀 아이들이 먹는다고 해서 무슨 큰 난리가 나느냐고요.

그래도 그 아버지 살살 기분 맞춰가며 달래고 달래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신고 접수된 해당 기관에 소명을 하던 것도 나의 몫이었다.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었고


한 번 접수된 사유는 일단 조사가 들어가야 해서

그것에 대한 소명, 소명, 소명...

죄라고는 가끔 신호위반 했던 것, 그정도가 다 인 것 같고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그저 조사를 받고 검찰청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겁이난 나는 몸무게가 3주 만에 7kg 가까이 빠져 45kg이 나갈 정도로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다.

아무런 혐의 없다는 그 결론이 나기까지 8개월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늘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었고, 밥을 먹어도 먹는 게 아니었다.

본인의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전화해 상대 아이들 연락처를 안 주면 나를 죽여버린다고 욕하던 전화도 있었고

스피커폰으로 신랑과 같이 그 욕을 들으며 그냥 또 그 시즌이 왔구나 넘어가기도 했었다.

(다음날 상황 조사하니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냥 참으면 안 되는 거였더라.


그때 그때 화내고 욕하고 같이 맞서 싸우고

그 사람이 다섯 곳에 민원을 넣으면 나는 여섯 곳에 민원을 넣었어야 하는 거고

나를 죽인다고 욕을 하면, 나도 널 가만 두지 않겠다고 소리소리 질렀어야 하는 거였더라.

우리가 이렇게 참아서 이 선생님들을 힘들게 했나 보다.


우리 아빠 소원은 내가 임용고시를 세 번은 보는 것이라 했었다.

세 번 봐서도 합격 못하면 그냥 나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자정을 넘겨 인터넷에 접속해 합격자 명단을 조회하던 날

죄수번호가 아닌 당시 수험번호 50292.

번호를 지금도 기억한다.



자정이 되기 10분 전부터 가족들 모두 모여 숨을 죽이고


혹시라도 결과가 조금 일찍 나오나 싶어 새로고침을 하며 수험번호를 조회하던 밤.

로딩이 좀 길어지는가 싶더니

화면에 뜬 "합격을 축하합니다."

아빠는 12시가 넘은 그 밤에

주먹을 불끈 쥐시며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셨다.

" 나, 지금 동네 한 바퀴 나가서 소리 지르며 한 바퀴 뛰고 싶어."

하시며 거실에서 폴짝 뛰셨다. 어린아이처럼.



분명 아빠가 이렇게 말했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딱히 감정 표현을 아끼시던 아빠가 하신 이 말씀은

지금까지도 내가 교직에 있으며

교육부 장관상, 교육감상을 받던 기쁨의 날에도

학부모 민원을 받으며 내 마음이 굴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던 날에도

나와 함께 한다.


분명 이 선생님들의 부모님, 가족들도 그러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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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dupress


서이초 선생님의 아버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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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뉴스

어느 사립학교 선생님의 아버지께서도

https://youtu.be/2 NiGP9 q3 u6 E


그리고 귀하고 귀한 아들이 갑자기 떠나

그 그리움을 이렇게 유튜브에라도 기록하고 싶었던 이영승 선생님

김은지 선생님 가족들도.


우리 아빠가 기쁨에 겨워 행복해하셨던 것 처럼

자녀들이 임용고시 합격해서 발령받는다고 했을 때

앞으로의 걸음이 축복만 있을것이라며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했을 거다.


그런데..


무섭고, 더럽고, 추하다.

내가 있는 이곳이 이런 곳이었다니...


이어갈 말도,

쓰고 싶은 기운도 나질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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