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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Aug 26. 2023

지랄총량의 법칙

질량보존의 법칙 


어느 사회든 질량 보존의 법칙이 통한다고 생각한다.

화학이나 물리적인관계는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이 질량보존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느끼곤 한다.


몇년 전 우리학교에서 힘들게 하기로 아주 유명한 학생  한명이 전학을 갔다.

내가 이 법칙의 존재를 검증하기 이전이었다면 신나서 방방 뛰었을테지만

난 몇년간의 교직생활을 통해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 자리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대신할테니.


그래서인지 나는 모든 일에

섣부른 기대를 갖지 않고,

반대로  슬픔이나 고통을 미리 불러오지도 않는다.

나는 가끔 이것을 지랄총량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지랄: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 ‘간질’(癇疾)을 속되게 이르는 말. '


사람 하나가 성장하며 겪어야 하는 그  순간들이 있다고 본다.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야 하고, 자기의 그 순간을 다 풀고 써버려야 그 다음의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는 

일종의 그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영유아기에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고, 사춘기를 호되게 겪거나, 때로는 성인이 된 그 이후에라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한번은 자기의 본 모습의 끝장을 보여주는 시기라 생각한다.


학교는 지금 지랄총량의 법칙을 겪고 있는 걸까? 

7월 서이초 선생님의 아픔 부터 시작되어,

교사들의 집회는 5주째 계속되고 있다.

웹툰작가의 녹음기,카이스트 엄마, 

왕의 DNA, 호원초 선생님들, 

2500만원 합의를 해야했던 선생님...

알려진 것 외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던가. 



진행 될 수록 진정이 되고 해결이 되는 것이라

묻혀 있던 아픔들이 계속 꺼내져 나온다.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묵혀서 지금 이렇게 곪아 온것일테니.



오늘은 '신림동 성폭행 피해자 사망' 이라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그 피해자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체육 연수에 참석하기 위하여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왜 방학때 그 연수를 하는지 화가 나서 혼자  입에 거친말들을 뿜어댔다.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는 말도 할 수 없을만큼 무너져 내리는 내 마음을 본다.

꼭 선생님이셔서 그 아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자꾸만 이런 일들이 사회에서 생기는 것에 


화가 나고 답답하다. 

무섭다.


이 사회가 도대체 얼마나 더 악랄해지려고하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한 걸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 사회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무엇을 줄 수 있는 걸까?

차라리 학교도 사회도 지금 

내가 말하는 지랄총량의 법칙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내일은 괜찮으려나?

그 다음의 교실과 학교 그리고 사회는 더 괜찮아질까?

이미 할만큼 한 것 같은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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