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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Sep 11. 2023

처음 새벽을 마주하신 그대여

내일도 이 길에서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새벽 5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걷는다.


빼곡한 아파트가 둘러싸인 곳에서

잘 정돈된 하천 길을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코스로  운동을 하다 보니

그 시간에 마주하는 이들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가톨릭 방송을 크게 들으시는 아주머니,

늘 국방방송을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틀어놓으시는 할아버님

아스팔트 길을 맨발로 걸으시는 외국인 아저씨

노르딕 워킹으로 힘차게 걷는 아저씨

가끔 새벽에 잠이 깬 아가를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젊은 아빠.

친구들과, 배우자와 함께 나온 분들.

인사를 나누지 못해도


나는 이 분들을 나의 새벽 걷기 멤버라고 부른다.

오늘도 이 분들의 아침이 안녕하다는 것에 안도한다.


노년의 삶을 배우자와 함께  새벽을 걸으며 시작한다는 것은 꽤 낭만이라는 것도

이 길 위에서 배웠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이 시간 이 길이 처음 이신 듯한 분이 눈에 들어온다.

대략 60대 중후반의 아주머니이신듯하다.


한 걸음 걷고 사진을 찍고,

또 한걸음 걷고 사진을 찍으신다.


해가 터 오르는 새벽녘의 사진을 담고 담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 푸른빛이 강한 하늘.

이런 하늘빛을 좋아하시나 보다.


한걸음 다시 걷고 또 찍으신다.


이 시간 처음 새벽하늘을 마주하신 아주머니의 모습.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동안 어떤 하늘을 보며 살아오셨을까?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분명 이 새벽의 하늘을 사랑하게 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고 또 담는 것이겠지.


내일도 이 길에서 마주하길 바란다.

이 분의 삶에

오늘 이 새벽 공기와 하늘이 큰 위로와 힘이 되길 기도한다.


스쳐지나가는 이들에게서

새로운 시작을 느끼고

내게도 새로움을 당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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