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기는 것은 보드라움

by 소화

새벽녘 빗방울 소리에 눈을 떴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이다.

성경을 읽고, 책을 읽고 운동을 나갈 시간 즈음이 되어 고민했다.


나갈까? 계단을 걸을까?

그래 비가 제법 오는 것 같으니 오늘은 계단을 걷자.

생각과 달리 몸은 우비를 찾는다.


우비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보드랍다.

햇볕에 달구어져 따갑고 거칠던 그 모래는 어디로 가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보드라운 모래의 촉감이

잠시 고민했던 마음을 미안하게 만든다.

비를 머금은 모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내 발바닥과 마주한다.


잘했네, 나.


아이와 황톳길을 걷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그 보드라움이 참 좋았다.

그 보드라움이 다시 나를 맨발 걷기로 이끌었다.

그 후로 나는 틈틈이 맨발로 걷고 있다.


오늘은 9차 집회에 다녀왔다.

집에서 9시 30분에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7시 30분.

딱 10시간이 걸렸다.

집 앞에 도착해 곧바로 운동장으로 향해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맨발로.

오늘 나를 이끈 것도 어제의 보드라운 모래의 기억이다.


보드라운 것과 거칠한 것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거침일까? 난 보드라움이라 생각한다.

거친 것은 피하고 싶어지는 것,

나를 이끌고 다시 찾게 하는 것은 보드라움이었다.


걸으며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떤 표정과 마음으로 내 삶을 걸어가고 있는 걸까?

거침일까? 보드라움일까?


하루종일 바삐 움직이는 나의 발걸음은 거침이다.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을 겨를 없이 뛰어대니 거칠고 거칠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보드라움일 잃지 않길,

나에게 다가오는 순가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것들과 하나 둘 눈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길.

그래서 그들도 나의 보드라움을 기억하고

또다시 나에게 다가오길.


자, 그럼 오늘 내가 잠에서 깨어난 아이와 눈인사를 하며,

신랑과 출근 인사를 나누며

그리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며 선택할 것은 무엇인가?


강인함을 위한 거침일까? 아님 보드라움일까?

답은 정해졌다.

결국 이기는 것은 보드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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