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가장 빠른 여자

도저히 뒤쫓을 수 없었어요.

by 소화

성당 바자회에 갔다.


"어!"


나와 그분 모두 동시에 멈칫했다.


나도 분명 어디선가 본 듯했고, 그분 역시 나를 어디서 본 듯 한 사람이라 여겼다.


내게 먼저 온 질문

"혹시, 새벽에 반석천에서 운동하세요?"

"네 맞아요."

"세상에. 새벽에 묵주 들고 기도하시는 분 맞죠?"

"아... 맞는 것 같아요."


우리는 새벽 운동길에 스치던 사람들이었다.


그분에게 나는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걷고 뛰는 사람이었고

내게 그분은 어떤 특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개 인사 한번 나눠 본 적 없지만

스쳐가던 사람들 중 오늘의 출석 같은

눈도장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에 운동하며 기도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것도 젊은 분이. 그래서 제가 너무 궁금하고, 같이 활동하면 좋겠다 싶어서

뒤를 막 따라갔어요. 1단지 쪽으로 들어가시더라고요. 맞죠?"

"네, 맞아요."

"그다음 날도 만나서 또 따라가서 인사 좀 나누려 하는데 세상에...

저도 걸음이 굉장히 빠른 편인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동시에 웃었다.


"맞아요. 저는 걷는 걸음이 뛰는 걸음 같아요."


나는 동네에서 가장 걸음이 빠른 여자가 된 듯하다.

따라오고 싶어도 따라올 수 없는 사람.


그분이 내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저 같은 신앙,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뛰고 있었음이었다.


새벽의 시간을 나와 마주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며

온전한 여유를 즐긴다고 하면서도

내 걸음은 그러하질 못했구나.

이 걸음 뒤에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와 신랑의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 걸음은 발바닥이 땅에 닿기도 전에 다시 또 걸음을 내디뎠구나.


그런데 좀 아쉽다.

아마 내 걸음이 조금 천천히였다면,

나는 그날 아침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 할 수 있었을 텐데.

급하디 급한 걸음은 그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


조금 천천히 걸으면

주위의 이야기가 들려올까?

내게 건네려는 이야기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것들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게 되지 않을까?


우리 동네에서 걸음이 가장 빠른 여자가 된 내가

내일은 좀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


발걸음에 이야기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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