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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Sep 27. 2023

내 마음이 그리워하는 색: 초록

그리워해서 그린(green)인가

여름의 끝자락


“저, 이작가야 얻을 거예요. 거기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출근도 하고, 애도 키울 거예요. “

다들 뜬금없는 소리냐며 웃고 넘겼지만


계획 실행을 구체화하기 위한

어쩌면 스스로의 체면, 세뇌, 확언을 위한 공포

일종의 이런 것이었다.


내가 출퇴근을 위한 편리를 위한 집이 아닌

나의 창조성을 깨우는 집이라고 해두자.


퇴근하는 길 이 집, 저 집 보러 다니기를 몇 달

아주 맞춤은 아니어도 그래도  여러 조건이 맞는 곳을 찾았다.   

동네가 정겹고, 집 뒤의 성당이 안정감을 준다.

대문을 열면  작은 카페가 있다.

발걸음수로 10걸음 남짓이니

내 몸이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카페인을 원할 때는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이 공간에 익숙한 내 물건들을  넣었다.

밥그릇 몇 개, 세면도구, 이불, 옷 몇 벌.


엄마가 수 놓아준 광목 가리개,

책꽂이, 작은 스피커, 필기도구


익숙한 물건들이 몇 가지 자리하니

낯선 이 집도 어느덧 내 공간이 된다.


그런데  딱 하나가 부족하다.

뭘까?

삼총사로 지내다, 삼일을 못 만나게 될 신랑인가?


내가 좋아하는 색은 분홍, 짙은 파랑이라 말했다.

나의 소품들도 대부분 이 두 색에 가까웠다.

그런데 아무리 이 두 색의 물건이 있어도

나는 다른 것을 찾았다.


아! 초록이었다. 초록.

이 집의 생기를 줄 초록을 원하던 것이었다.


다음 주 집에서 오는 길에

작은 화분 하나를 갖고 왔다.

그리고 한편에 그것을 놓았다.


작은 화분 하나가 주는 초록의 안정감이

허전했던 마음을 꽉 채운다.


내 마음이 찾는 색은 초록이었구나.

그토록 많이 소유한, 분홍과 파랑이 아닌.


분홍과 파랑, 이 두 색은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색이었다면

그 깊은 곳에서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색은

초록이었던 것이다.


작은 식물 하나가 주는 안정감이

이렇게 크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


비로소 완성이다.

새로운 이 공간에서 나는 이제

쓰고, 듣고, 웃고, 눈 맞추고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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