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화 Oct 03. 2023

서로의 쉼을 존중해 주는 것

가족끼리 더 필요해 :

"하루가 48시간이야?"

"도대체, 너의 시간은 어떻게 가는 거야?"


나는 늘 무엇인가를 하고 있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는 걷는 것, 일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고, 살림이라고 불리는 작은 소꿉놀이를 하는 것도.


타인에게는 나의 하는 것이 모두 움직임으로 보여서 그런 것일 게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하는 것 중 많은 것은 '쉼'이다.

걷고, 책을 읽는 것은 철저한 쉼이기에

가만 보면 나는 움직임 사이 꽤 많은 시간 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움직임과 쉼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쉼이라는 것은 각자 원하는 것이 다 다르다는 것도, 

그래서 그것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을 결혼 생활을 통해 배웠다.


나의 쉼의 언어가 책 읽기, 걷기 라면

신랑의 쉼의 언어는 낮잠, 그가 좋아하는 공부(경제)이다. 

그리고 아이의 쉼은 아빠와 보드게임 하기? 

사실 아직 아이의 쉼은 더 관찰하는 중이다. 


쉼이라는 것은 결국 다음 움직임을 위한 휴식기로

그것을 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도와주면 다음 움직임이 더 힘찰 수 있다.


연휴가 길었다.

내일은 연휴의 마지막 날.

우리는 이 날을 잘 계획하지 않으면

아마도 내일 아침부터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다가올 출근을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그럼 움직임도, 쉼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영혼 없는 몸으로 거실을 몇 번 오고 가다 하루를 보낼 것이다.

내일을 잘 보내야, 지난 연휴 우리가 알차고 즐겁게 보낸 시간도 억울하지 않을 터이니

내일의 계획을 세워보기로 하였다.


이런 방식은 내가 아닌 그에게서 나온 지혜이다.

각자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존중해 주고 서로의 움직임과 쉼도 인정해 주는 것.


가족이 많지도 않은 셋이지만 

그래서 더 중요하다.


아이 위주로 살아가지 않고, 부부 위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닌

우리 셋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서로 꼭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것을 포스트잇에 적는다.


나: 새벽책방 독서 모임 가기, 맨발 걷기

신랑: 세종시 나들이

아이: 아빠랑 놀기(두 번), 받아쓰기, 감튀 먹기 (ㅋㅋㅋ) 


적어놓고 보니, 우리 집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신랑이다. 


고정된 스케줄을 적고 

함께해야 하는 일정 - 세종 나들이는 

나의 일정 새벽독서모임 뒤에 하기로 시간을 분배한다.

그리고 그 사이 아빠와 놀기 1회, 저녁에 엄마가 외출한 사이 아빠랑 놀기 2회를 하기로,

감튀는 꼭 저녁에 아빠와 놀며 먹고 싶다고 한다. 

엄마 마음으로는 받아쓰기를 아침에 하고 나들이를 나서면 좋겠지만 아이는 꼭 자기 전에 한단다.

그것도 존중해 준다. 서로 쓰는 에너지가 다르니. 

가족 시간표 

세종에서 가서 뭘 하고, 뭘 먹을지는 신랑이 정하기로 했다. 의견을 낸 사람이니.


물론 이 계획대로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함께 내일의 계획을 세운 이 시간이 준 느낌 만으로도 

이미 내일의 시간을 완벽하게 보낸 느낌이다.


서로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각자 원하는 방식의 쉼을 인정해 주는 것은

결국 셋이 같이 그 시간을 함께하기 위한 것임을 나는 안다.


내일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의 센스도 점점 자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