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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Nov 01. 2023

대체할 수 없는 분명한 하나

아이. 내 소중한 아이.

“어! 검은색 바지가 없네. “


출근 준비를 하며 옷을 입으려다

오늘 입으려고 했던 바지가 보이지 않는다.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다른 것으로 금방 대체하면 된다.


바지 대신 치마를 선택해서 입었다.


머리를 푸를까? 묶을까?

묶는다.


오늘 있을 활동을 생각하며 옷차림새를 준비한다.


문득 질문이 꼬리를 문다.

갑자기 시작점을 알 수 없는 지점을 향해 간다.


- 오늘 새벽에 다른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 그럼 내게 또 다른 의미가 왔겠지.

-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 새로운 취미를 찾았겠지. 아니면 글을 더 많이 썼으려나?

- 아이와 둘이 보내는 날, 잠자는 아이를 두고 몰래 운동을 다녀왔다면?

- 아이는 푹 자고 있어서 몰랐을 수도 있겠지. 혹시라도 깼는데 엄마가 없는 걸 알았다면 “엄마, 엄마” 찾다가 무서워서 울고 있었겠지. 그럼 난 ‘운동이 뭐라고, 아이를 울려 자책했겠지.’


이 상상의 질문들은 나를 더 깊은 세계로 이끈다.

- 내가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 원래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가만 보니 아빠가 내 발목을 잡았네?

- 내가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 다른 곳에 갔겠지. 난 어디든 가야 하니까.

- 신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이란 걸 했을까?

: 아니, 이 사람 때문에 결혼한 건데.

- 결혼을 안 했다면 어땠을까?

: 이 또한 적당한 대답은 했다. 내 일에 조금 더 열중하고 있는 삶과 내 여가에 힘쓰는 삶.

- 내게 종교가 없었더라면?

: 오, 글쎄? 그래도 … 그래도… 기도하는 사람으로 살지는 않았을까?


내 안에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간다.


그리고 그 끝에 마주한 질문에서는 답을 할 수 없었다.

- 만약 나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 생각할 수 없다. 이 아이가 내게 없는 삶은. 어떠한 더 좋은 선택도 ‘대신’ ‘대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게 이 아이가 없다는 것은.


그럼 그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이 일

내 아이의 엄마라는 이 소명을

나는 과연 감사하고, 즐기며 살고 있을까?


당당히 “네”라고 답하기 어렵다.


나는 요즘

장난에너지가 만렙을 찍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를 향해

매일매일 우락부락한 표정을 짓고

샤우팅을 하고 있다.


내게 이 아이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내 말과 표정은 바꿀 수 있다.

눈꼬리를 조금 더 내리고, 입꼬리는 올리고

아이를 마주 봐야지.


‘너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단다.’라는

너무나 흔한 이 문장을 절절히 가슴으로 느끼며

바꿀 수 없는 그 소중한 것을

진정 소중하게 대하는 하루를 소망한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또 등교준비는 다른 세상 이야기

하고 싶은 것에 열중한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우리 이제 책 그만보고, 학교 갈까?”


웃었다. 내가 웃었으니 너의 하루도 웃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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