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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Nov 06. 2023

여보, 오해하지 마. 그러려고 한 거 아니야.

배움의 실천 연수를 살다. 

토요일은 경계선 학생, 난독증에 관한 연수를 다녀왔다.

올해는 훌륭하신 강사님들을 많이 만나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하고,  가만 보면 늘 실천이 끝이 있다.


내 안에 배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천이 부족해서 늘 공부하고 들어도 허기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지난주는 글쓰기, 난독증 등 특히 배움이 더 많았는데

그중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보았을까 생각하다가

가족들과 함께 하면 재미있을 것은 무지개 물고기 그림책 활동을 했다.


아이는 당연히 재미있어할 테고

자. 그럼 문제는 한 명. 신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순순히 자리에 앉고 함께한다.


오늘의 일타 강사인 나는 신이 나서 무지개 물고기 그림책을 읽고, 

이 사람들의 마음이 시들기 전에 물고기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 여기 3곳 정도는 내가 잘하는 것을 쓰는 거야." 

"먹기, 자기."

"응 뭐든 좋아. 이왕이면 우리 가족 안에서 잘하는 것이면 더 좋고."


나는 쉽게 쉽게

신랑과 아이는 끙끙대며 적는다. 

그 모습도 귀엽다. 

특히 신랑.

체격도 큰 어른이 색종이 크기의 작은 종이에 물고기를 그리고 뭘 잘하나 고민하는 모습은 꽤 귀여웠다.


가졸들과 함께한 그림책 연수활동 


나는 - 청소, 운전, 책 읽기
신랑- 먹기, 공부, 잠, 돈 벌기(모으기)
아들- 악기, 먹기, 책 읽기 


"자 그럼 다 완성했으면 나머지 비늘에는 다른 사람에게 받았으면, 배웠으면 하는 걸 채우는 거야."

물론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다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나는, 아빠의 돈 잘 버는 거를 받고 싶어. 그럼 엄마 비닐에 돈 벌기라고 쓰고 아빠라고 적는 거야.

  다 이해했지?"

이 짧은 활동을 하며

서로에게 달라고 하고, 싫다고 하고,

안 주면 삐지고(아들). 

다 갖고 가라고 하고(아빠)


시끌 벅쩍했다.


완성된 물고기를 보며 

오늘의 자상한 미모 강사인 나는

  "자, 우리 가족 물고기가 완성되었어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가족과 나누면 우리가 서로 배려할 수도 있고 채울 수도 있고 더 행복한 가족이 되겠지요?" 라며 훈훈하고 따뜻한 마무리를 했다.

완벽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던 신랑이 말한다.

"뭐야. 왜 다 내 돈 버는 거 뺐어가? 엄마도 아들도 다 나한테 돈을 달라네. 뭐야 이거 이러려고 한 거 아냐? 

둘 다 또 뭐 필요해서 한 거 아냐? 둘이 짠 거지?"

"하하하하."


여보 오해하지 마,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니야.


그런데 다음 주부터 조금 추워진다네?

겨울옷이 마땅치 않긴 한데


여보, 오해하지 마 우리 그러려고 한 거 아니니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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