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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Nov 21. 2023

다정함 한 스푼 추가요.

아이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다.

지난 토요일,

친정 가족들과 바닷가로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달 외할아버지와 사촌 동생과 ‘군산’에 가서 ‘바다낚시’를 해 본 경험이 아이에게는 특별했었는지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분주히 준비하던 아침

특별한 짐도 없이 몸만 가는데도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하며, 짐을 꾸렸다.


“자. 이제 다 되었다. 출발하자.”

“엄마, 도시락은?”

“도시락? 무슨 도시락?”

“ 바다에 가니까 아빠가 도시락을 싸 줘야지. 지난번 갔을 때처럼 그런 메뉴로.”


머리를 한 참 굴린다. 지난번 도시락이 뭐더라?


아! 생각났다.

지난달 여행에 신랑은  샌드위치를 싸줬다.

모든 재료가 과하게 넘친 어른용과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넣은 아이용을 구분하여여

간식 도시락을 만들었었다.

우리는 그 샌드위치를 정말 맛있게 먹었고, 아이는

다른 가족들이 아빠 샌드위치가 맛있다고 하는 것이 좋았나 보다.

신랑표 도시락

아빠표답게 모양은 예쁘지 않았는데,

맛은 훌륭했다. 원래 아빠표는 양을 생각하지 않든

모든 재료와 소스를 듬뿍 넣으니 그럴 수도.


아빠는 말했다.

“이야, 우리 아들 덕에 아빠가 굉장히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네. “



출근 준비를 하며

옷이 너무 시커먼스 한 것 같아

스카프를 찾다가 숄을 두르기로 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아이와 커플로 똑같은 것을 받았는데 아이는 어깨에 뭘 두르는 것을 싫어해

다른 사람을 주었고

나는 겉 옷 안에 입고 실내에서 바람이 매섭거나 등이 시릴때 쓰곤 한다.

초록색 호피 무늬가 좀  충격적이었나?

아이는 엄마 등에 매달린 옷을 보며 혼자 의미 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 뒤에 뭘 업은 거야?”

“머플러 같은 거야. 추워서 이렇게 하나 더 걸치면 따듯하거든. “

옆에 신랑도 거든다.

“엄마 패션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 “


감히 스타일리스트가 있는 나에게 패션을 뭐라 하다니 발끈한 나는 오히려 큰 소리로 뻔뻔하게

“엄마 멋있지? 더 멋있게 보이려고 한 거야.”

고민하던 아이는 말한다.


“아, 엄마, 나는 엄마가 멋있기보다는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예쁜 사람이야. “


우리 셋, 크게 웃었다.

‘‘요 아이가 이제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하네? 그런데 싫지 않다. 멋있지는 않아도 예쁜 엄마는 된 거니까. 그런데 이 숄을 해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에이 그냥 내 맘대로 하자. 너희가 패션에 대해 뭘 알아?’



아이의 다정한 말 덕에

아빠는 여행 갈 때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도식을 싸다는 아빠가 되었고,

엄마는 특별한 것 걸치지 않아도 그저 예쁜 사람이 되었다.


너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엄마 아빠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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