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학교 가서 어떻게 할래?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한 날은
집 위 성당 마당에 주차를 한다.
공영주차장이 아니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겨 차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온전한 내 책임이다.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출근과 등교를 위해 나선길
어! 이게 뭐지?
“엄마, 공사하는데?”
세상에. 성당 입구에 있는 큰 나무의 가지치기가 한참이다.
그럼 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을 아무리 굴려도 답이 안 나온다.
이미 나뭇가지들은 바닥에 널려있고
높이 오르기 위해 사다리차도 고정되어 있다.
쭈뼛 거리는 나를 보며
작업 중이시던 할아버님께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신다.
“조금만 기다려요. 비켜줄게. 20분만 기다리면 돼요.”
“2분이요?”
“아뇨 20분.”
띠로리~~~~ 귓가에 노래가 맴돈다.
지금 가도 겨우 출근 시간을 맞출까 말까인데
20분 이후이면 나와 아이는 엄청난 지각이다.
출구도 이곳 딱 하나.
마음 같아서는 차를 머리에 지고라도 내려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정말 죄송해요. 아이가 학교를 가야 해서 서둘러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 죄송하지만 애도 저도 학교를 가야 해요. 애보다 제가 더 문제이네요.’라고 마음에서 이야기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르신께서 소리치신다.
작업 중이시던 어르신들 6분 정도가 엄청나게 쌓인 나뭇가지들을 들어 나르신다.
가만 볼 수 없어 나도 잔가지를 나른다.
그 사이 사다리차도 고정되어 있던 것들을 하나 둘 오리고 이동 준비를 한다.
아랫길에서 작업하시던 어르신들도 모두 합류하셨다.
우리 아이 한 명 학교 보내시려고 모두가 마음을 모아 주신다.
하던 일을 멈추시고 단지 이 아이 학교 보내시려고 일의 순서를 바꾸신 것이다.
말씀하셨던 20분 보다 훨씬 빨리 10여 분 만에
큰 가지들을 치우고
나에게 차를 끌고 오라고 손 짓을 주신다.
감사한 마음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도 죄송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인사만 반복한다.
내려서 다시 인사했다.
“정말 죄송해요. 저희 아이 학교 가라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이고, 우리가 미안하죠. 애 학교 늦겠어요 얼른 가요. 미안해요.”
이만하면 나와 아이 학교 가라고
온 우주가 도왔다.
애타던 마음이 차를 타고 출발하니 살살 녹고
애꿎은 아이만 잡는다.
“이것 봐, 너 학교 가라고 아까 길 내어주시던 거 봤지?‘
“응, 봤어.”
“그럼 네가 학교 가서 어떻게 해야겠어?”
“응?”
애국가가 시작된다.
수업 시간에 장난치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너무 뛰지 말고
1절. 2절. 3절. 4절.
다시 후렴구를 한 번 더 하려던 차,
아이 학교 앞에 도착했다.
“잘 다녀와~”
돌아서며 생각한다.
나도 어르신들처럼 좀 쿨하고 멋지게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오늘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더 즐겁게 보내자.” 하고 인사하고 돌아설걸
뒤늦은 후회다.
어르신들의 정성으로 우리가 학교에 갔다.
그 정성으로 하루를 온전하게 보냈다.
살아가는 작은 일상을 지키는데도
알지 못하는 이웃들의 도움의 손길이
늘 함께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