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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Nov 21. 2023

길을 비키시오~ 학교 보냅시다.

그러니 학교 가서 어떻게 할래?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한 날은

집 위 성당 마당에 주차를 한다.

공영주차장이 아니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겨 차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온전한 내 책임이다.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출근과 등교를 위해 나선길


어! 이게 뭐지?

“엄마, 공사하는데?”


세상에. 성당 입구에 있는 큰 나무의 가지치기가 한참이다.

그럼 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을 아무리 굴려도 답이 안 나온다.

이미 나뭇가지들은 바닥에 널려있고

높이 오르기 위해 사다리차도 고정되어 있다.

쭈뼛 거리는 나를 보며

작업 중이시던 할아버님께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신다.


“조금만 기다려요. 비켜줄게. 20분만 기다리면 돼요.”

“2분이요?”

“아뇨 20분.”


띠로리~~~~ 귓가에 노래가 맴돈다.

지금 가도 겨우 출근 시간을 맞출까 말까인데

20분 이후이면 나와 아이는 엄청난 지각이다.


출구도 이곳 딱 하나.

마음 같아서는 차를 머리에 지고라도 내려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정말 죄송해요. 아이가 학교를 가야 해서 서둘러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 죄송하지만 애도 저도 학교를 가야 해요. 애보다 제가 더 문제이네요.’라고 마음에서 이야기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르신께서 소리치신다.


“애 학교 가야 한댜~~~얼른 치워.”




작업 중이시던 어르신들 6분 정도가 엄청나게 쌓인 나뭇가지들을 들어 나르신다.

가만 볼 수 없어 나도 잔가지를 나른다.


그 사이 사다리차도 고정되어 있던 것들을 하나 둘 오리고 이동 준비를 한다.

아랫길에서 작업하시던 어르신들도 모두 합류하셨다.


우리 아이 한 명 학교 보내시려고 모두가 마음을 모아 주신다.

하던 일을 멈추시고 단지 이 아이 학교 보내시려고 일의 순서를 바꾸신 것이다.

말씀하셨던 20분 보다 훨씬 빨리 10여 분 만에

큰 가지들을 치우고

나에게 차를 끌고 오라고 손 짓을 주신다.


감사한 마음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도 죄송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인사만 반복한다.


내려서 다시 인사했다.

“정말 죄송해요. 저희 아이 학교 가라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이고, 우리가 미안하죠. 애 학교 늦겠어요 얼른 가요. 미안해요.”


이만하면 나와 아이 학교 가라고

온 우주가 도왔다.


애타던 마음이 차를 타고 출발하니 살살 녹고

애꿎은 아이만 잡는다.


“이것 봐, 너 학교 가라고 아까  길 내어주시던 거 봤지?‘

“응, 봤어.”

“그럼 네가 학교 가서 어떻게 해야겠어?”

“응?”


애국가가 시작된다.

수업 시간에 장난치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너무 뛰지 말고

1절. 2절. 3절. 4절.

다시 후렴구를 한 번 더 하려던 차,

아이 학교 앞에 도착했다.


“잘 다녀와~”


돌아서며 생각한다.


나도 어르신들처럼 좀 쿨하고 멋지게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오늘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더 즐겁게 보내자.” 하고 인사하고 돌아설걸

뒤늦은 후회다.


어르신들의 정성으로 우리가 학교에 갔다.

그 정성으로 하루를 온전하게 보냈다.

살아가는 작은 일상을 지키는데도

알지 못하는 이웃들의 도움의 손길이

늘 함께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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