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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Dec 03. 2023

맛사지 베드에 누워 깨달았다.

결국, 모든 것이 나다. 내가 아닌 것은 내 안에 없다. 

벌써 한 달이 되었네.

오랜만에 마사지를 받고 왔다.


마사지는 내가 나에게 주는 정말 최후의 여유이자 선물의 시간이다.

늘 바쁘게 움직여야 만족과 성취를 느끼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이 가끔은 더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과분에 찬 투정이다.


이번 주말 초 예민과 바쁨이 예약되어 주말임에도 새벽부터 나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책상에 앉은 신랑을 보니 집안 가득 벌써 바쁨과 예민의 공기가 가득 차있다. 


잠시 갈등이 일었다.

신랑도 바쁜데, 아이 그냥 두고 집에 가기도 좀 신경 쓰이고 하니 그냥 취소할까?

아니야, 나도 바빴어. 나는 놀았나 뭐 

그리고 다녀와서 아이는 내가 전담마크 할 건데 뭐~ 하는 감정들이 서로를 호소한다.

모른 체하고 향했다.


내가 예약한 것을 갑자기 취소하면 

사장님도 손해이고, 그것을 기다리며 일주일, 아니 한 달을 지낸 나에게 더 큰 손해이니. 

이럴 때는 더 큰 대의를 따르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


뜨끈한 마사지 베드에 누우니 잠깐 마음의 동요가 있었던 것이 

쓸데없었던 고민처럼 느껴진다.

'아니, 이렇게 행복하다니!'


세안을 하고, 순서대로 이루어진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평소랑 다르다 생각되었다.

이곳의 대부분 선생님들 목소리는 아는데 오늘은 낯설다.


"눈썹 다듬어 드릴까요?"

"네~" 하고 대답하고

눈썹 미는 칼이 내 눈썹에 닿는 순간 느꼈다.

'아, 새로오 셨구나!'


잠시 후 어깨 뭉친 것을 푸는 순서로 시작되는데

이제는 확신이 든다.

'새로 오신 분이시구나.'


혹시라도 "새로 오셨어요?" 하면 신경이 쓰이고 멈칫하실까 봐 그냥 있었다.


세안을 할 때도, 마사지를 할 때도 확신은 더 해간다.

결국 여쭤보았다.

"새로 오셨나 봐요. 아 나쁜 뜻으로 여쭤보는 건 아니고 평소 선생님들 목소리만 들어도 알았는데 좀 다른 분이신 것 같아서요." 

"네 맞아요. 혹시 불편하거나 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아니에요~ 선생님들마다 도 다 비슷하면서 또 다른 스타일이 있으시네요. 지금 괜찮으니 하던 대로 해 주세요."


참 신기하다. 눈썹을 다듬을 때부터 알게 되다니.

아니 그 이전 자리에 앉는 소리, 목소리, 손놀림, 스킬.

다 자신만의 색깔을 담고 있었다.


우리 생김새가 다 다른 것처럼 목소리도 다 다르다고 한다.

일종의 지문처럼.

그런데 목소리뿐 아니라 아주 세밀한 기술들, 손의 느낌, 터치감, 무게들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을 

눈을 감고 가만히 느껴보니 더 잘 알겠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결국 모든 것이 나이구나.'

내 목소리, 걸음걸이, 말투, 표정뿐 아니라 

연필을 잡는 자세, 책을 볼 때의 다리를 꼬는 것, 음식 취향, 기분 좋을 때 내는 콧노래, 화날 때 인상 쓰는 미간.

모든 것이 나다.


특별한 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안의 이미 만들어진 나, 갖고 있는 나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나에게는 어떤 내가 있을까?


사람들은 나의 어떤 특징을 보고 나란 사람을 그리는 걸까?


어느 것 하나 내가 아니니

대충이 아닌 조금 더 진심을 담아 나를 나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결국 내가 담고 있는 모든 것이 나다.

내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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