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창문을 열고 가로등 불 빛 아래 반짝인다.
어제저녁부터 눈이 흩날렸는데
새벽에도 포근히 눈이 내린 모양이다.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어제저녁 미리 차를 옮겨 놓은 것을 잘했구나 생각했다.
한참을 눈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사뿐사뿐 내리는 눈을 바라보자니 참 예쁘다.
문득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이면
아빠는 먼저 아침을 급히 드시고
출근하는 가족들의 차에 눈을 털어주시고는
온기를 미리 넣어 주셨다.
그래도 우리의 몸과 마음이 추울까
그 안에 출근하면서 마실
따뜻한 커피까지 넣어주셨다.
출근길,
미리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의 차에서
아빠가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출근하는
그 차의 공기는 다정하고 향긋했던 기억이다.
그때의 기억들을 어딘가에 메모해 두었을 텐데
지금은 그 일기장이 내 옆에 있지만
기록해 두었던 엄마의 이야기에서
아빠의 그 다정한 흔적을 찾아보았다.
오늘도 아빠는 엄마의 차를 미리 예열시키고
따뜻한 커피 한잔도 준비해 주시겠지.
엄마는 여전히 아침 길을 나서는 게 싫지만
아빠의 그 마음이 미안해서
출근을 하셨을 테고.
다정하다.
따뜻했다.
2015년 겨울
그 해도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렸다.
그 해 결혼을 하고 주재원이던 신랑이
한국에 들어올 때면 기흥에서 천안으로 출퇴근을 했다
퇴근을 앞두고, 감당할 수 없었던 눈이 내렸던 날
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에 가보니
내 차에만 눈이 싹 치워져 있었다.
‘어, 우리 아빠가 왔다 간 것도 아닌데 왜 내 차만
눈이 다 녹아있지?‘
살며시 뒤로 보이는 체육부장님의 손길이 보인다.
우리 학교에서 경력이 가장 많으셨던
부장님.
“우리 학교에서 제일 멀리 출퇴근하니까 치워준 거야. 조심히 가.”
무심한 듯 그 따뜻한 마음과 말씀에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속 울컥하는 울림이 몰려왔었다.
기억 속 선명한 두 조각의 기억을 찾아
지나간 내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SNS에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기억들을 찾았다.
사진과 글로 만나니
다시 그때의 온기가 느껴진다.
기억의 조각들은 이렇게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눈처럼 녹아 흐른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다정하고 따뜻하게 자리 잡아
나를 단단하게 세워주고 있었다.
다정한 것은 늘 옳고, 강하다.
나의 오늘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기억의 조각이 되길 바라며
길에 쌓인 눈처럼 보드랍게 다가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