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편지로 전하는 건 나를 꼭 닮았네.
분명 무엇인가를 하는 것 같은데
꼼지락꼼지락
침대 구석에서 몸을 휙 돌려 쭈그리고 앉아
방바닥에 몸을 뉘어 무엇인가를 적어 내려간다.
"얼른 자야지. 내일 피곤해."
"알겠어~ 잠깐 오면 안 돼."
"그래 얼른 하고 자."
내 눈치를 슬슬 보며 방을 오고 가더니
"엄마, 내일 깜짝 놀랄지도 모르는데. 꼭 학교 가서 봐야 해."
'아들아, 이미 말해주니 놀랄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래 알겠어~ 엄마도 지금 잘 거라서 확인 못할 거야."
그리고 나는 정말 잠이 들었다.
아들의 수상한 움직임에 대한 궁금함도 꿈나라에 놓고 왔는지
하루종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퇴근길,
어딜 가든 손에서 놓지 않는 나의 기록장을 열어보니
'엄마에게'라는 삐뚤 삐뚤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어제 분주히 움직인 것이 이것 때문이었겠지?
엄마! 나의 꿈목을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가
책을 만들어서 엄청 뿌듯했어.
엄마가 건강하지만 앞으로도 건강해야 돼!
사랑해 ❤
고마워.
제일 좋아.
뿌듯했어.
사랑해.
아이의 마음이 담겨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마음을 받은 나도
너의 편지 고마워.
나도 네가 제일 좋아.
네가 시낭송을 멋지게 해내서 뿌듯했어.
너를 정말 사랑해.
같은 단어로 마음을 전한다.
시를 외우던 아이가
마음을 시로 전한다.
나도 시로 답한다.
그 짧은 문장들이 우리의 마음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