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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Jan 02. 2024

문장으로 온 완벽한 마음

신랑의 새해 도전- ‘우수 학술지에 논문 등재‘들으며 사실 속으로 놀랐고,

나도 모르게 손뼉을 부딪히며 오랫동안 박수를 쳤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꿈꿔 본 적 없는 도전이라서 그랬을까?

우수 학술지라는 말도 멋있었고

등재라는 말도 멋있었다.


이미 그가 입으로 그 이야기를 꺼낸 다는 것은

실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세워진 이후라는 것을 알기에  계획이 아닌 실행에 옮겨졌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그에게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

생각의 방향이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까지.

우리는 비슷한 방향으로 에너지를 쓰고

서로의 그 방향을 존중해 준다.


그가 한 발 더 나가면 나도 함께 그 발을 맞추고 싶기에

어쩌면 지금 내가 이렇게

공부가 즐거워진 것도 그의 영향일 수 있다.


사실 나는 임용고시 준비를 할 때

너무 지독하게 공부를 해서

손가락에 인이 박힐 정도였다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내 못생긴 손은 지금도 어디서 꺼내 보이는 것을 꺼려한다. 가급적 그것을 좀 감추어 볼까 늘 손톱에는

장식을 해야 한다.


아무튼 나는 공부에 질렸었다.

그래서 남들 다 가는 대학원도 안 갔었다.


그래도 명색이, 직업이 교사인데 공부를 싫어한다고 하니 부끄럽다.


그런 내가

새벽이면 운동을 하고 책을 보고

퇴근을 하고 집에 와도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과 공부를 하는 것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나는, 책을 공부하듯이 읽을 때가 많이 있으니 예전만큼 공부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신랑은 나에게 공부의 방향을 재정비해 볼 것을 권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공부의 방향을 설정해 주고

자신의 노하우도 전해주었다.


그 공부의 방향이라는 것이

내 삶에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직 정리하지는 못했다.


고민하면 한번 정비의 시간은 필요할 거라는 말에

나는 올 한 해 나의 첫 번째 목표를

현재 내가 독서와 나를 위한 계발에 부지런하던 것을

좀 더 구체화하여 방향을 정비해보고자 하였다.


직장인이지만, 한 아이이의 엄마.

그것도 아직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의 엄마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계획이

무모할 수 도 있고, 가정에 혹시나 부담을 주지 않을까 미리 겁을 먹기도 했었다.


“저는 2024년에 제가 해오던 공부의 방향을 좀 정비해 보려고 해요. 아직  명확하게 어떻게 하겠다. 어떤 길을 가고 싶다 하는 것은 정해지지 못했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그 방향도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독서도 그 방향에 조금 맞추어 계획해 보려고 해요.”


여기까지 나의 계획을 듣던 신랑이 말을 잇는다.

“잠깐, 그럼 혹시 그 계획을 위해 나와  테오가 도와줄 일은 없나요?”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다.

집안일, 식사 준비 등 사소한 것들이 스쳐가기는 했지만 그의 질문에 그런 인간적인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음…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신랑도 테오도 2024년 계획한 일을 열심히 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 힘을 얻고 자극이 될 거 같아. 그 모습을 그렇게 보여주면 나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

오늘 하루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다.


신랑이 말을 꺼낸다.

“테오야. 아빠는 사실 아까 좀 놀랐어. 엄마한테 뭘 도와줘야 하냐고 물었을 때, 아빠는 엄마가 청소나 집안일을 이야기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엄마가 아빠와 승후의 모습에서 힘을 얻겠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 자꾸 기억이 나네.”

“맞아.”

아이도 답한다.


사실 그의 질문이 더 놀라웠는데.

나는 그 말이 고맙다, 놀랍다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젯밤, 1년을 담아갈 불렛저널을 셋업 하며

색인 목록 다음을

우리 가족회의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록했다.


첫 마음,

처음.

언제나 나의 첫 번째인 가족.

그리고 그들이 전해주는 마음.


이미 너무 완벽한 문장으로 내게 온 그의 마음이

너무나 강하게 첫자리에 맺어져

더 이상 바랄 수도 없게 되었다.


두고두고 꺼내 볼 마음,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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