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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는 날


등보다 큰 가방을 메고 앞서 걷는 아이를 가만히 따라갑니다. 

빳빳한 가방처럼, 아이의 마음도 기대와 긴장으로 반듯합니다. 


혼자서 실내화를 갈아신고 현관 안으로 사라지는 아이를 보며

아이와 나의 세계가 더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갈 수 없는 곳 

아이의 호흡으로 채워질 곳 

멀리서 온 편지를 읽듯 아이의 표정과 말로만 전해들어야 하는 곳


당신의 시선이 함께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나보다 멀리 보고 나보다 깊이 보는 당신의 눈이 

아이의 시선을 따라, 아이의 마음을 따라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아이가 넘어질 때 손을 잡고 일으켜 줄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틀린 문제를 대신 고쳐줄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순간에 괜찮다는 엄마의 말, 

다시 해보자는 아빠의 말이 들리도록 

아이의 뒷 모습을 내내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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