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는 날

by 바람부는 언덕


photo-1594608661623-aa0bd3a69d98.jpg

등보다 큰 가방을 메고 앞서 걷는 아이를 가만히 따라갑니다.

빳빳한 가방처럼, 아이의 마음도 기대와 긴장으로 반듯합니다.


혼자서 실내화를 갈아신고 현관 안으로 사라지는 아이를 보며

아이와 나의 세계가 더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갈 수 없는 곳

아이의 호흡으로 채워질 곳

멀리서 온 편지를 읽듯 아이의 표정과 말로만 전해들어야 하는 곳


당신의 시선이 함께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나보다 멀리 보고 나보다 깊이 보는 당신의 눈이

아이의 시선을 따라, 아이의 마음을 따라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아이가 넘어질 때 손을 잡고 일으켜 줄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틀린 문제를 대신 고쳐줄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순간에 괜찮다는 엄마의 말,

다시 해보자는 아빠의 말이 들리도록

아이의 뒷 모습을 내내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