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빠 생각

오랜만에 아빠 생각을 했다. 


허리가 아팠고 밤 늦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식구들의 호흡이 가까이 들리는데도 외롭고 슬펐다. 그러다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의 삶은 그래서는 안됐다. 아빠의 죽음 또한 그래서는 안됐다. 


매일 밤 그리고 매일 낮 얼마나 싫었을까. 눅진하게 가라앉은 몸뚱이는 점차 기울어 눕게만 된다. 일주일 세 번 병원을 오가는 것 말고는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티비 소리만 웅웅 거린다. 한 달에 두 어번 내가 가서 소란스럽게 쓰레기를 비우고 잔소리를 해야 시간이 가는구나, 손녀가 크는구나 싶다. 그런 삶이면 안되었다. 그렇게 외로우셨던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제대로 죽지도 못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비 인간적인 것은 어쩌면 생 그 자체 일 것이다. 시작도 끝도 그 어느 것 하나도 온전하지가 않다. 담긴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쓰고 남겨진 사람에 대한 마음도 쓰다.


남은 사람들은 다시 또 살겠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고 늙으며 생을 이어가겠지만 이렇게 어느 날 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이젠 없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깜깜한 밤이 온다. 고단했던 몸 이제 쉬실테니 됐다, 그래도 빚 없이 잘 정리하셨으니 됐다, 싶다가도 이런 마음도 너무 가난하게 느껴져서 울었다. 내가 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가난하다. 


나도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길 것은 없고 나누어줄 것도 없다. 내 육신도 낡아져 갈 것이고 아이고 아이고 앓다가 눕다가 떠날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하는가 묻게되는 밤이었다. 오래 묻어두었던 슬픔이 피어나는 밤이었다. 

Photo by Jp Valery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아프면 엄마한테 서운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