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빠 생각을 했다.
허리가 아팠고 밤 늦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식구들의 호흡이 가까이 들리는데도 외롭고 슬펐다. 그러다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의 삶은 그래서는 안됐다. 아빠의 죽음 또한 그래서는 안됐다.
매일 밤 그리고 매일 낮 얼마나 싫었을까. 눅진하게 가라앉은 몸뚱이는 점차 기울어 눕게만 된다. 일주일 세 번 병원을 오가는 것 말고는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티비 소리만 웅웅 거린다. 한 달에 두 어번 내가 가서 소란스럽게 쓰레기를 비우고 잔소리를 해야 시간이 가는구나, 손녀가 크는구나 싶다. 그런 삶이면 안되었다. 그렇게 외로우셨던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제대로 죽지도 못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비 인간적인 것은 어쩌면 생 그 자체 일 것이다. 시작도 끝도 그 어느 것 하나도 온전하지가 않다. 담긴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쓰고 남겨진 사람에 대한 마음도 쓰다.
남은 사람들은 다시 또 살겠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고 늙으며 생을 이어가겠지만 이렇게 어느 날 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이젠 없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깜깜한 밤이 온다. 고단했던 몸 이제 쉬실테니 됐다, 그래도 빚 없이 잘 정리하셨으니 됐다, 싶다가도 이런 마음도 너무 가난하게 느껴져서 울었다. 내가 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가난하다.
나도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길 것은 없고 나누어줄 것도 없다. 내 육신도 낡아져 갈 것이고 아이고 아이고 앓다가 눕다가 떠날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하는가 묻게되는 밤이었다. 오래 묻어두었던 슬픔이 피어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