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를 모방하다

일단 흉내만 내봅니다

by 바람부는 언덕

요새 새벽기상에 도전하고 있다.


KakaoTalk_20250225_091216442.jpg

원래 도전하려던 시간은 오전 4시였는데, 도무지 일어나지질 않아서 30분 씩 늦추다보니 5시 30분이 되었다. 그 시간에 일어나면 엄청나게 갈등을 한다. 일어날까, 그냥 잘까. 일어나면 뭐하지, 사실 할 것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5시 50분이 되어서야 노트북을 켰다.


아직은 방학 기간이라서 아이도 남편도 조금 늦잠을 자기 때문에 이 시간에 일어나도 1시간 정도는 혼자 있을 수 있다. 나는 글을 쓴다.


이 글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내일의 기상 시간이 정해진다. 잘 풀리면 더 쓰고 싶어서 일찍 일어난다. 잘 안 풀리면 써서 뭐하냐 싶어서 안 일어난다. 나는 기분파다.


사실 글이라는 건, 내 마음대로 써질 확률이 거의 없다. 감히 0%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나는 일어나야 한다. 그건,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사랑한다. 키보드를 치는 것, 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에너지가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하루 일과를 충실하게 살아내고 난 후에는 글을 쓸 힘을 내지 못한다. 나는 저녁 7시 30분 쯤, 그러니까 저녁을 차려 먹고 그릇을 헹궈 식기세척기에 넣고 나면 에너지가 0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새벽 시간이 필요했다. 새벽을 위해 일찍 잔다. 어쩌다보니 결과적으로 잠만 늘어난 꼴이 되고야 말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시간이라도 글을 쓰니 맺혀 있던 것들이 풀어지는 것 같다.


이 시간에 쓰는 글은 거의 배설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검열을 하지 않은 채 마구 적어내려 간다. 뭐라도 남에게 보여줄 글을 쓰려면 이런 배설물이라도 잔뜩 쌓아 놔야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어제 오후에는 달리기를 했다. 이번주부터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다고 하길래 롱패딩을 입고 나가서 슬렁슬렁 뛰었다. 내가 뛰는 속도는'걷지 않는 정도'에 가깝다. 그래도 오랜만에 뛰었더니 숨이 차고 땀이 난다. 저녁에는 다리도 뻐근했다.


KakaoTalk_20250225_091216442_03.jpg


저녁에는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얼른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이날 나의 하루키 지수는 20% 정도.


하루키는 6시간 글을 쓰는데, 나는 1시간 썼다.

하루키는 10km를 달리는데, 나는 3km를 달렸다.

하루키는 몇 시간 책을 읽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 시간 정도 읽은 것 같다.


계속해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매일 밤 동물의 숲을 하면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