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가 된 아이와 행복해지기로 한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나는 아이에게 '너와 절교한 친구들을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해. 그 친구들은 보여도 안 보이는 거야. 들려도 안 들리는 거고. 너는 네 할 일을 하면 돼.' 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내 말을 잘 이해해주었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아이와 처음 절교를 했던 친구를 A라고 하자. 아이와 같은 반에는 A와 절교를 한 또 다른 친구가 있다. 이 친구를 B라고 하자. B는 우리 아이에게 A 흉을 여러번 봤다. 그때마다 아이는 '아 그렇구나'라는 말을 했을 뿐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 흉을 보면 절대로 안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A라는 공동의 적(?) 덕분에 아이는 B와 친해졌다. 하지만 B에게는 더 친한 친구가 있어서 그 둘 사이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래도 허약한 3인조로 지내던 어느 날.
A와 B가 화해를 했다.
한국에서 학교를 나온 여자라면 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B는 언제 A 욕을 했냐는 듯이 A와 단짝처럼 붙어 다녔고 결국 우리 아이만 또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아이에게 말했다.
"못난이가 못난이 짓 했네."
못난 짓이다. B의 행동도, A의 행동도 참 못난 짓이다. 나중에 크면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고 이불킥이나 백번 했으면 좋겠다.
한층 더 외톨이가 된 아이와 함께 우리는 행복해지기로 했다. 휴일에 집에 있지 않기로 했다. 어디든 나가서 좋은 걸 구경하고 맛있는 걸 먹고 더 많이 이야기 하고 더 오래 손잡고 걷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 내 아이가 유난히 모가 난 것은 아닐까. 그 생각에 아이에게 몇 가지 충고를 했다. 친구들에게 더 많이 져 줄 것.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 줄 것. 친구들이 장난으로 때린 곳이 아파도 바로 울거나 화내지 말 것.
이렇게 말을 하다보니 꼭 내 아이가 문제인 것만 같다. 그렇지 않은데. 정말 그건 아닌데.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너는 멋진 아이야. 네가 엄마에게 해주었던 위로와 격려, 조언을 떠올려 봤을 때, 너는 이미 차고 넘치게 훌륭해.
그래서 엄마는 네가 친구가 하나도 없어도 괜찮아. 초등학교 시절 내내 네가 외톨이라고 해도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아. 네가 훌륭하다는 걸 엄마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변하려고 할 필요 없어.
다만 네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다면 그런 점들도 생각해보라는 거야."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을까.
행복해지기로 한다. 이불 밖은 위험하든 말든, 이불 안 그러니까 우리 가정은 행복하기로 한다. 더 많이 고마워하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이야기 하고 더 많이 함께 걷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