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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Feb 17. 2020

박아나의 일상뉴스

2020 시대를 살아가는 법

 제목은 뭔가 그럴싸하지만 사실 나도 모른다. 그래도 만약 2020년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비법을 나만 알고 있다면 어떨까. 흠...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연결돼 있다. 정보를 독점하는 것도, 나 혼자 외딴섬에 떨어져 사는 것도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한때는 얼굴을 맞대지 않은 이런 사이버 상에서의 연결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세를 거스르기도, 불평하기도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다. 세끼 밥 챙겨 먹듯이 꼬박꼬박 ‘좋아요’를 누르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놀고 있는 나를 보면, 세상이 바뀐 건지, 내가 바뀐 건지.  


  일 년 전만 해도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방탄소년단 왜 좋아해요?” 나도 그 이유에 대해 몹시 궁금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본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 뭐 이유를 그렇게 파헤치냐 할 수도 있지만, 근래의 나는 나로서도 연구대상이라 어쩔 수 없다. 2020 시대를 살아가는 법 이야기를 하다가 방탄소년단으로 빠져서 미안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니 일단 들어보시라.


 2015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평생을 어딘가에 소속되어 온 나로서는, 밀레니얼 세대도 아닌 나로서는, 뭔가 내가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하며 가끔은 불안하기도 했음을 인정한다. 매슬로우가 말한 것처럼 내게 소속감의 욕구가 내재되어 있었던 걸까. 그러나 15년, 정든 소속도 버리고 뛰쳐나온 내가 다시 어딘가에 정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십 년을 출근하거나 통학을 하고,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일하고 공부해왔던 나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싶다가도, “되돌아갈래?”라고 물어보면 “글쎄...”라고 답할 테지. 퇴사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혼자인 게 속 편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홀로인 일상을 즐기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세계를 만났다. 그 세계에 빠져드는 내가 낯설어서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금의 나의 상태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이러는가 싶기도 하고, 조용히 지나간 사춘기가 이제 시작됐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저항할수록 나만 손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그들의 세계에 응답했다. 그들의 노래는 울림이 있었다. 그들의 노래에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외딴섬 같은 나도 밝게 빛날 수 있을까 Lonely, lonely, lonely whale 이렇게 또 한 번 불러봐 대답 없는 이 노래가 내일에 닿을 때까지...  (Whalien 52 중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네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 슬프던 me 아프던 me 더 아름다울 美 그래 그 아름다움이 있다고 아는 마음이 나의 사랑으로 가는 길... (Answer : Love Myself 중에서)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누구나 다른 생각과 고민들이 있겠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표현의 방식이나 우선순위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 글을 읽는 2,30대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은 나이가 든다고 채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나이가 돼도 여전히 목마르다. 그러니 답도 없는 고민 그 속에 빠져 있지 말자. 그게 뭐라고. 내 가슴을 떨리게 할 일들이 남아 있다면 다시 봄날은 올 테니까. 40대의 나도 밝게 빛나고 싶은 꿈에 여전히 아프지만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렇게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연결된 사람들이 바로 아미이다. 그리고 그런 아미들과 방탄소년단이 소통하는 또다른 세상이 있다.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모르고, 오직 아이디로만 식별 가능하지만, 나와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뭔가 연대감 같은 것이 느껴진달까. 페*에서, 인스타**에서는 때로는 척도 해야 하고, 내가 아닌 나로 꾸며야 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 감정에 솔직해도 괜찮다. 어차피 여기 모인 목적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때문이니까. 서로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이 온라인 커뮤티니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면, 여기에 함께 소속돼 있어 든든하다면, 내가 좀 멀리 간 걸까.

미술 전시 기획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모색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서울을 비롯해 세계 5개 도시에서 전시가 이루어집니다.

 2020년대의 소속감은 같은 회사를 다닌다고,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생기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 소속감의 무게가 버거워서 뛰쳐나오는 사람들도 있고, 월급이나 주는 곳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애초에 소속감 같은 것은 생기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처음부터 소속감 따위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 나처럼 홀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고, 나이가 어릴수록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니까. 그렇다고 무작정 혼자는 아니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혼자다. 우리는 온라인 세상에서 온라인만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 각자의 방법으로. 어쩌면 내가 느끼는 소속감 비슷한 감정이 2020년대와 그 앞으로의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 같은 것일까.


 새로운 시대로의 연결고리는 2020의 시작과 함께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평가받던 아카데미는 이번에 과감히 봉준호를 선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제가 1인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장벽은 무너지고 있는 상태였고,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스카상을 우리나라 영화가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아직도 얼얼한 기분이지만, 그의 말처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연결돼 있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에게 상을 준 아카데미도 연결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작품을 무시하고 다른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전 세계 영화인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연결을 끊겠다는 것일 뿐. 연결의 힘에 제대로 반응함으로써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권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와... 트로피가 몇 개 입니까? 사진: 전자신문

 봉준호 감독은 영화라는 하나의 문화 장르로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아니, 봉준호라는 장르에 열광하며, 사람들은 그가 기생충에서 이야기했던, 또 그 이전의 영화들에서 담았던 메시지에 공감하며 소통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을 봉감독이 인용한 것처럼, 그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그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구현된 창의적인 세상에서 우리는 만나고 있다.  빈틈없이 연결돼, 철저하게 계획된 그의 그림 속, 숨겨진 연결고리들을 찾는 일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제시카 송을 흥얼거리며 짜파구리 맛있게 만드는 법을 유튜브에서 찾고 있을 저 먼 나라의 누군가의 시간도 그렇게 연결돼 있다. 그렇게 1인치의 장벽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다 계획이 있었던 아들 기우와  딸 기정(제시카) 사진 : 영화 기생충 (연합뉴스)

 허물어지는 경계를 오가며, 요즘 연결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귀에 꽂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나 같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자꾸 늘어간다. 그게 바로 연결의 시작이니까. 근데 과연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무엇일까. 그것부터가 쉽지 않네.


 같이 있어도 각자의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아마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연결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자신의 가치를 공유할 다른 세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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