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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Apr 06. 2018

박아나의 일상뉴스

우리의 일상, 미세먼지.

 이거 실화냐? 미세먼지가 4. 한 자릿수라니... 공기 맑은 날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반가움을 넘어서 감격스러운 날씨다. 비가 오고 날이 추워지면서 우리를 괴롭혔던 미세먼지가 사라져 버렸다. 날이 다시 추워져서 활짝 핀 봄꽃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계속 춥고 비가 와도 괜찮아... 미세먼지만 없어진다면 말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날씨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추워도 좋고, 비가 계속 와도 좋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추운 봄 날씨를 우리가 언제부터 좋아했던가. 비도 오는 이 밤, 문을 열고 집 안 환기를 시켜본다.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좋다. 이 맑은 공기를 아주 오래오래 느끼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붙잡아 두고 싶다. 

매일 이러면 좋을텐데^^

 11월이 되면 눅진하고 정겨운 잿빛 안개가 찾아들고, 이 안개에 젖은 매연이 자동차 몸체에 들러붙어 밀라노 차는 더러워서 어딜 가나 금세 알아본다. 스가 아쓰코가 쓴 ‘밀라노, 안개의 풍경’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밀라노 사람들이 런던의 안개는 댈 것도 아니라며 자신들의 안개를 자랑스러워했다는데, 이제는 안개 끼는 날이 많이 줄어 옛날부터 밀라노에 살아온 사람들은 예전의 안개를 그리워한다고 한다. 분명 밀라노의 안개는 과거의 향수를, 낭만을 일깨우는 존재일 텐데. 글쎄... 나에게 안개란, 이제는 미세먼지와 거의 동급의 존재다. 낭만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 안개도 의심스러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나쁜 미세먼지들이 갇혀 있을까?  


 얼마 전에 부산을 다녀왔다. 맑고 깨끗한 공기가 오랜만에 나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세 시간 전에 서울에서 마셨던 그 공기와는 분명 다르다. 여기 잘 왔는데? 미세먼지를 피해서 온 건 아니었는데, 며칠을 미세먼지에 시달리다 왔더니, 일종의 도피가 돼버린 것 같다. 달맞이 고개를 따라 걷는 길 내내 기분 좋은 향내가 느껴졌다. 바닷바람과 꽃향기 비슷한 냄새가 섞여서 난다. 공기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 향기가 이렇게 그윽하구나. 그동안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 자고 일어나면 오늘의 미세 먼지 상황은 어떨지 확인해야 하고, 웬만하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생활에 지쳐있었나 보다. 마스크를 빼니 자유롭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래, 이런 게 행복이야. 큰 걸 바란 것도 아니었어. 왜 콧바람을 쐰다고 하지 않나. 답답할 때 밖으로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되어 버렸다. 마스크가 필요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정말 간절히. 

파란 하늘과 바다. 광안대교가 멀리 보인다. 

 그러나 이 달콤한 도피는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부산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깨끗했던 어제의 공기는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일까? 미세먼지가 느껴진다. 내 몸이 느꼈다. 목이 좀 칼칼하다고 할까? 스마트폰으로 공기질을 확인해보니 초미세먼지의 수치가 높다. 그래도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해야 했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스크를 하는 순간, 그동안 느꼈던 족쇄의 느낌이 다시 되살아날 것 같았다. 여긴 바람이 많이 부니까 금방 날아갈 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금방 공기질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아... 우리나라에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곳이 과연 있을까? 이민 갈 수도 없고 이를 어쩐다... 요즘은 누가 해외여행 가면 그게 그렇게 부럽다. 좋은 공기 마시니까 그래서 부럽다. 진짜 부럽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본 탁한 하늘. 하루 사이에...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물론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요즘 들어 공기가 더 정체되어 예전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더 많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화되어 더러워진 공기를 제대로 날려 버리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한다. 결국 지구 온난화, 환경 문제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거다. 발목만 잡으면 다행이게? 우리의 목을 잡고 조일지도 모르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태평양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 엄청난 크기로, 우리 인간이 쓰고 버린 각종 쓰레기들이 그득하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미세 플라스틱. 5mm 미만의 작은 조각들은 눈으로 분간해내기도 어려운데,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이 들러붙어 있다. 우리가 먹는 어패류를 통해, 아니면 우리가 마시는 물을 통해,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지 알 수도 없게 우리에게 스며들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일은 쉬지 않고 일어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인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규제한다고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중국에서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 이 쓰레기들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게 또 걱정이다.  

저멀리 태평양도,가까이 태국 바다도.  사진출처:연합뉴스

 환경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목을 점점 조여 오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환경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말로는 심각한 문제라고 떠들어 대지만, 정작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노력의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고, 경제적인 비용도 많이 발생하는 것이어서일까?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다. 우리의 앞 세대는 우리에게, 우리는 또 뒷세대에게 환경문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이러다가 영화 ‘투마로우’처럼 세상이 얼어붙을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의 겨울은 점점 혹독해지고 있고, 봄과 가을은 사라지고 있다. 따뜻해야 하는 3,4월 유럽에 이상 한파와 눈이 계속됐고, 얼마 전에 내가 다녀온 뉴욕도 4월 초에 눈이 많이 왔단다. 얼마 전 tv에서 두바이 실내 스키장에 황제펭귄을 갖다 놓은 걸 보고 웃었는데, 설마 그 펭귄들이 인류의 마지막 황제펭귄이 되는 건 아니겠지? 

황제펭귄들아, 거기서 지낼만 하니? 사진출처:로이터통신

 이렇게 걱정은 늘어놓으면서 나야말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기껏해야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고, 불필요한 포장은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물건을 사면 일단 쓰레기가 이래저래 많이 생기니, 아예 뭘 사지 말아야 하나? 미니멀리즘도 대세인데, 이참에 내가 가진 것들을 더 이상 늘리지 말고 줄여 나가야 할 텐데... 줄이려면 또 쓰레기가 나오는데, 그건 어쩌지?  


 환경 문제가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다들 사느라 바빠서 어쩌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건 안다. 지금 어떻게 한다고 미세먼지 속에 아이들을 키우는 현실이 바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우리,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정부에서도, 아니 전 세계적으로 달려들어 해야 될 일들이 많지 않은가. 4차 산업도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를 직시하자.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현실을 물려줄 수는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나빠질 텐데... 지금도 이렇게 미세먼지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데, 나중에는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하고 다녀야 되는 거 아닐까? 그때가 되면 너무 늦어버릴 텐데... 돌이킬 수 없을 텐데... 

보기만 해도 답답한 마스크. 사진출처: 머니투데이

 사실 우리는 지쳤다. 이 몹쓸 미세먼지 스트레스는 잠시 내려놓고 싶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다. 다행히 오늘은 그래도 될 만큼 공기가 좋다. 그렇지만, 내일은, 그리고 그다음 날은 어떨지 모른다. 다시 마스크를 꺼내 우리 입과 코를 틀어막고 되도록 바깥공기에 노출되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야 될지 모른다. 절망적인 현실. 절망적인 공기. 그래도 절망만 하기에 우리 삶은, 우리 아이들의 삶은 길다. 그리고 그 긴 삶속에서 숨은 편하게 쉬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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