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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Nov 01. 2020

박아나의 일상뉴스

어떤 선택

 장 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죠.

"인생은 B (Birth)와 D (death) 사이의 C (choice)가 아닌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자, 노벨상도 거부했던 사르트르가 한 말이니 더 비범하게 들립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를 마감 마지막 날인 오늘 올렸습니다. <위로가 필요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제가 썼던 글들을 모아 제출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 글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쩌면 제게 하고 싶었던 말이 “위로가 필요하세요?"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응모를 망설였습니다. 아마 이번이 세 번째 응모인 것 같은데,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요. 게다가  브런치 북으로 기존의 글들을 엮어 놓으면, 제 브런치의 전체적인 틀이 조금 바뀌어서 거슬리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어쨌든 고민 끝에 응모를 선택했습니다. 아직 저는 B와 D사이에 있기 때문에 C, 선택을 한 거죠. 기대를 하지도 않는 응모를 핑계로 이번 주는 이렇게 짧은 글을 올립니다.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 며칠을 지내고 내린 선택이기도 하고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프랑수와즈 사강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옷에 있어서, 내가 결코 자유자재로 쓰지 못할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건 나의 상상력과 창조 능력에 대한 부분이에요. 어디까지나 내 의지력과는 무관한 별개의 것이지만, 내가 그걸 잃어버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건 변함없이 나에게 믿음을 줄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내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처음에만 두려울 뿐이지, 그건 슬픈 일이며 결국에는 공허함이니까요. 글을 쓸 때도 같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마지막 핀까지 다 꽂고 모든 것이 끝이 나면, 나는 내가 고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 머릿속의 생각은 다 없어져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눈앞은 모든 건 곧 그 이전처럼, 늘 그렇듯이 그 이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테죠. 남아있는 건 하나도, 아무것도 없게 될 것입니다..."

이브 생 로랑. 그는 여성패션에 최초로 팬츠 정장을 도입했던 혁신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의 세계를 펼쳤던 천재 디자이너였습니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부족한 저도 통장 잔고의 마지막 1원까지 박박 긁어 쓰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영감이 떠오르지 않은 날은 그렇죠. 어떤 사람은 글은 영감으로 쓰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뭔가 하나 툭 떠오르는 게 있어야 쓸 수 있지 않나요. 그런 걸 영감 아니고 뭐라 불러야 될까요. 그렇게 있는 영감, 없는 영감을 끌어다 글을 쓰고, 퇴고를 하고,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이브 생 로랑처럼 고아 같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공허함이 몰려올 때도 많습니다. 분명 글을 올렸지만, 글은 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음에 쓸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되나요. 아주 처음부터 다시 채워 넣어야 될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맥주 한 잔이 간절히 생각나지요.


 쓰다 보니 글이 점점 길어집니다. 자꾸 쓰면 말장난, 아니 글장난처럼 될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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