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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Jun 17. 2021

박아나의 일상뉴스

흩어진 나를 모으면

후배들의 잇따른 책 출간 소식에 잠시 잊고 살았던 내 숙제가 떠올랐다. 내 책을 내고 싶은 작은 야망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도 이제 3년을 훌쩍 넘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와 달리 별다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일찌감치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나는 늘어나고 있는 작가 지인들을 만날 때면 조금 뻘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작업을 진행했기에 나는 책을 준비하는지도 몰랐다가 대부분은 출간을 앞두고 소식을 듣게 된다. 물론 그들이 내게 미리 언질을 줄 이유도 없고, 대부분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야 주변에 공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는 말만 앞섰나 보다. 글이 앞섰어야 됐는데…’ 같은 자기 비하의 마음 때문인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근에 만난 후배도  책이 나온단다. 아직  제목을 정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는 후배에게 “ 제목은 그렇게 끌리지는 않는  같은데?” “혹시 이런 제목 느낌은 어때? “요즘은  제목이 중요하잖아다소 직설적인 어투로 어설픈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마치  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집에 돌아오니 왠지 마음이 계속 쓰였다. 완성된 책을 보지도 않고, 대충 이런 내용이라는 설명만 듣고  제목을 제안하는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책을  사람이, 책을 편집하는 편집자가, 어련히 알아서  정할까. 선배의 지나친 오지랖은 제발 잊어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나는 도대체  그랬을까.  일도 아닌데,  일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을까. 언젠가는 생길 아이의 이름을 떠올리는 엄마의 마음으로 이미 수십 개의 제목이 지어졌던  . 아직 실체가 없는  책과는 달리 진짜 책을 마주하게  그녀가 부러웠던 일까. 일종의 대리만족 같기도 하다. 그래서 후배의  제목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의견을 쏟아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의 진한 관심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후배의 얼굴을 떠올리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는 관심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것은  유튜브 채널만 봐도 쉽게   있다. 피아노 연주회를 준비했던 즈음에는 피아노와 관련된 콘텐츠를 올렸다. 연주회가 끝나고 피아노에 대한 관심이 조금 사그라들면서  유튜브 채널은  일상을 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지, 미술이나 음악 관련 예술 콘텐츠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한동안 미술관과 음악회를 오가며 예술 관련 서적을 열심히 읽으면서 내용을 채워갔는데, 다시 위기가 오고 있다. 다른 데로 방향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그냥 하고 싶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귀가 얇아서 그럴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진득하지 못한 성향과 맞아떨어지며 일어나는 일들인  같다. 그래서일까,  가지로 끝장 보는 사람을 보면 경외심까지 든다. 우리말에 대한 열정으로 아나운서 생활 내내 특화된 우리말 전문가였던  선배는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우리말을 사랑해서, 이를 깊이 연구하고 파헤치던 그의 집중력은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냈다. 벌써  번째 전시회를 열었고,  번째도 기획하고 있다는 선배를 보며 꾸준함의 결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튼 주변에 나를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것. No More Dream이 아니라 Dream, 아직은 꿈꿀 수 있는 나여서 또 다행이라는 것. 그 다행들 덕분에 이렇게 글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이 모여 언젠가는 진짜  책의 제목을 고민할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 일단  쓰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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