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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Jun 08. 2021

박아나의 일상뉴스

언제부터 술을 마실 수 있나요?

수술 후 딱 4주 차. 역시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조금씩 느껴지던 통증도 거의 사라지고, 너무 무겁지 않은 짐들은 그럭저럭 괜찮다. 부산으로 짧은 여행도 다녀왔다. 걷는 건 괜찮으니까 이틀 동안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돌아다녔다.


나의 일상은 어느 정도 회복 중이다. 물론 완벽히 회복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흉터는 남아있고, 앞으로 5개월은 상체운동을 하지 못한다. 아... 술도 못 마신다. 정확히 못 마시는 건지 안 마시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도 술을 언제쯤 먹을 수 있는 건지 알려주지 않는다. 수술 부위의 상처가 덧나거나 염증이 생길까 봐 술을 피하는 것인데,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 수 없다. 술을 즐기는 환자들이 속으로 궁금해하면서 의사에게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는 그 질문. “언제부터 술을 마실 수 있나요?” 이 간단한 질문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다시 들어가는 이유는 환자가 하기에는  좀 한심... 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 용감하게 물어보긴 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반응은 그저 옅은 웃음만 돌아왔다고 한다.


아무튼 그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 없지만 대략 한 달은 조심해야 한다는 게 중론인 것 같다. 나는 5주 정도 술을 마시지 못했는데, 이사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수술 2주 차에는 시원한 생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정말 딱 한 잔이면 그동안의 고생이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잔만 플리즈... 한 입만 제발... 그렇게 몇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이제는 딱히 마시고 싶지는 않다. 한 달 넘게 술을 입에 대지 않아서 그런가? 자고 일어나면 머리고 맑고 피부도 깨끗해진 느낌이다. 가끔 위도 쓰렸었는데 그 증상도 없어졌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금주의 효과인가. 이대로 쭉 금주도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인생이 좀 심심해질까 봐 망설여진다.


백신 맞고  마셔도 되나요?” 라를 기사를 읽었다. 주변에 백신을 맞았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백신 접종과 알코올 섭취는 무슨 관련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아지나 보다. 나만 술을  먹는다고 생각해 억울한 건지 백신 접종을 언제 할지   없는 어중간한 40대도 기사를 읽어본다. 실제로 이런 질문에 대한 WHO답은 이랬다. 당국은 백신을 맞은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갖고 있지 않다. 음주와 백신 효과에 관한 연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음주가 백신의 효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나 보다. 물론 구체적인 권고사항이 있다 해도 마실 사람은 마시겠지만.


순전히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백신 맞고 술 먹으면 안 된다는 쪽이다. 예전에 독감백신 맞은 날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마셨는데, 그대로 기절한 경험이 있다. 나름  조심한다고 평소 주량에 비해 적은 양이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그냥 참고하시라고 말해둔다. 또 참고로 양주 한 잔이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건강할 때는 하지 않는다.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몸이 아프고, 어딘가 불편해지면, 그때서야 건강을 챙긴다. 이것도 잠깐, 다시 살만해지면 또 건강은 잊힌다. 그런데 우리에겐 변수가 있다. 바로 나이. 나이가 드니까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시간이 자꾸 늘어난다.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거나 건강 관련 검색이 늘어나거나... 아, 나이 드니까 자꾸 아픈 데가 생기나 봐, 짜증 나. 이렇게 불평하다 보면, 건강이 내 삶의 우선순위에 놓이는 시간도 오게 된다. 결국 미래의 어르신의 삶을 보다 힘들지 않게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 건강을 지켜야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건강은 초관심 이슈면서도 노관심 이슈이기도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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