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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시내의 대형극장에서 한 남자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칼로 수십 군데를 난자당했다. 가해자는 도주하지 않고 범행 후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가해자 강동구는 50세의 직장인이었다. 전과가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으며 칼을 미리 준비해서 극장에 들어간 것이나 거침없는 살인행각 역시 사전에 계획된 범행인 것처럼 보였다. 또한 범행수법의 잔인함에 미루어 보건데 분명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목격자의 증언과 강동구의 자백을 종합한 결과, 매우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벌어진 일이란 것이 드러나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우선 그가 살해에 사용한 칼은 그가 근처 백화점에서 구매해 지니고 있던 식도인데 그의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전날 집에서 사용하던 식도의 손잡이가 빠져 새로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동구는 종종 홀로 영화를 즐기는 것 또한 확인되었다.
결정적인 살해 동기는 피해자인 장주길이 극장에서 시끄럽게 떠들었으며 강동구의 의자를 뒤에서 자꾸만 발로 찼던 것 때문이었다. 피해자는 살해당하기 전에 휴대폰으로 시끄럽게 통화를 했고, 주변 사람들의 주의에도 아랑곳없이 큰 소리로 떠들었다고 한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강동구는 장주길이 발로 의자를 차는 것에 대한 주의를 세 번 정도 준 뒤, 이내 장주길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작하자 다시 주의를 주고 말다툼을 벌이다가 장주길이 목소리를 높이자 망설임 없이 쇼핑백 안에 포장되어 있던 칼을 꺼내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장주길은 30세, 강동구와 마찬가지로 조그만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던 회사원이었다. 강동구는 장주길과 아무런 원한이나 이해관계가 없었다. 강동구는 그 날 장주길을 처음 본 것이라 증언했으며 경찰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동구는 살인으로 징역 8년형을 받았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수감되기 전 그는 한 기자가 들이댄 마이크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극장에서 떠들고 발로 의자를 차는 놈들은 죽어도 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