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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현수 Jul 13. 2016

깨어진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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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일, 사람들로 붐비던 지하철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도를 하던 한 40대 주부였다. 피해자인 장말복은 하루도 빠짐없이 지하철 1호선에서 정해진 시간대에 객차를 횡단하며 전도를 했다고 한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장말복은 이 날도 어김없이 찬송가를 부르고 설교를 했다. 사람들에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인천행 지하철 객차를 오갔다. 이날따라 격앙되었는지 평소보다 더욱 큰 목소리로 전도행위를 했으며 살해당하기 전, 가해자 외에도 몇 번인가 작은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장말복은 종로3가역에서 올라탄 구성철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는데 서로 전혀 물러섬이 없이 계속 언쟁을 벌이며 몇 정거장인가 갔다고 한다. 그러다 장말복이 먼저 구성철의 따귀를 올려붙였는데 따귀를 맞은 구성철은 기다렸다는 듯 장말복에게 주먹을 휘둘러 쓰러트린 뒤, 공구가방 안에 있던 몽키 스패너를 꺼내 쓰러진 장말복의 머리를 마구 가격하였다. 장말복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가해자인 구성철의 나이는 33세로 철물점을 운영했다. 왜 몽키 스패너를 가지고 있었냐는 물음에 철물점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들이며 집에서 사용하기 위해 챙겨가는 길이라고 증언했다.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일말의 후회도 없으며 피해자에 대해 죄스런 기분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죄로 역시 형을 집행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종교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거 작작 좀 해야지. 전 무교입니다."


이 사건은 마침 대형교회 목사의 비리 사건과 맞물려 일어났기 때문에 언론에서 꽤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사람들 사이에도 많이 회자되었다. 때문에 살인은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이긴 하나 종교계도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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