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빈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달동네, 한 독거노인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다행히 죽은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되어 온전히 수습될 수 있었다. 노인은 사소한 집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비좁은 방 가운데 쪼그려 누운 채로 죽어있었다. 노인은 죽기 전까지 약 일주일간을 단 한 번도 외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노인을 본 사람도 없었다. 이에 집주인이 혹시나 하여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그렇게 죽어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자식도 가까운 친척도, 친구도 없었다. 노인은 늘 말이 없고 조용했으며 매일 같이 폐지를 줍고, 폐지를 판돈으로 슈퍼에 들러 그날 먹을 음식을 사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고 한다. 술이나 담배는 일절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노인정을 찾거나 하지도 않았다. 가끔 마을에 있는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 먼 곳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골똘히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몇 번 봤다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혹 누군가 말을 걸어도 노인은 필요한 답을 할 뿐, 절대 길게 말을 하는 법이 없었고 폐지를 얻을 때도 정중하고 낮은 목소리로 “폐지를 좀 주워가도 될까요?” 라는 한마디를 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노인은 평생을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고, 죽는 날까지 혼자였다. 노인의 고독한 죽음은 기사로 보도되었고, 많은 이들이 노인을 동정하고 노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가련하고, 불쌍하다. 장례식을 치러줄 이도, 울어줄 이도 없다니 참으로 처량하고 허무한 삶의 끝자락이 아닌가? 죽을 때만이라도 외롭지 않았다면 좋겠다.
나아가 노령인구의 포화시대,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대두되자 정부는 노인복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2.
노인의 영혼은 하늘에 도달, 마침내 윤회의 미끄럼틀에 오르기 전, 설문조사를 받게 되었다. 사자가 말하길 설문의 결과에 따라 다음 생에 영향을 미친단다. 지나온 생애에 대한 물음과 다음 생에 관한 바람 등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행복에 관한 문항이 있었다.
#지난 생애 행복했습니까?
1부터 10까지 숫자가 표기돼 있고, 아주 행복은 10점 불행은 1점 순이었다.
노인은 10점에 동그라미를 쳤다.
#다음 생애도 지난 생애와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까?
그렇다와 아니다를 선택하게 돼있었다.
노인은 별 고민도 않고 그렇다에 거침없이 동그라미를 쳤다.
노인은 설문을 마치고 다음 생애로 향하는 미끄럼틀 앞에 섰다. 노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고, 두 눈동자는 맑고 청명하기 그지없었으며, 두 볼은 새로운 삶을 향한 기대와 열의로 상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