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변을 신경쓰는 아내는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도 배려심을 담고 부탁할 일이 생겨도 웬만하면 혼자 해결해보려고 한다.
어느날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노는데 갑자기 쉬가 마렵다는 신호를 보냈다.
생각해보니 화장실을 다녀온게 한참 전이라 꽤 오랫동안 참아온게 분명했다.
미리 챙기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그 흔한 화장실이 왜 안보이는지
아이는 갑자기 울면서 너무 마렵다고 어떡하냐고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이를 한손으로 들고 뛰어가 무작정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불쑥 들어가 부탁을 건넬 일이 없었겠지만, 그 순간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한 미용실 아주머니가 자신의 집 화장실을 기꺼이 내주셨다.
염치 불구하고 화장실을 쓰며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아내
급박한 순간 도움을 준 그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거듭 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있었던 일을 무용담처럼 펼치는 아내가 귀여웠다.
그녀는 평소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쉽게 남에게 부탁하지 않고, 민폐라 여겨질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순간엔, 아이의 불편이 아내의 모든 기준을 뛰어넘었다.
그녀의 성격이 어떻든, 아이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부모가 되면 아이가 변화를 만든다.
나보다도 아이가 먼저가 되는 그 순간들은 알에서 깨어나오듯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도 아이가 괜찮다면 그 변화가 싫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