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육퇴 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우리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몇 살이었는지 가늠해봤다.
20대 초반… 응? 그렇게나 어린 나이였다고?
군인이셨던 아버지와 직업의 안정성만 보고 덜컥 중매로 결혼한 어머니
그 시절에는 사랑보다는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던 시대였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그들은 서투름 속에서 수많은 갈등을 마주했을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해야 할 부부였지만, 투박한 모습들이 서로를 지치게 했을 것이다.
그런 순간들이 많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정을 지켰다.
매일 흔들릴지언정 넘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하루하루를 버텨낸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맡게된 부모는 어느정도의 무게였을까?
나는 20대 때 그렇게나 놀기 바빴는데 말이다. 상상이 잘 안됐다.
짊어진 부담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여전히 부모라는 그 자리에 계신 분들께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꼭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자리를 지켜주신 것 만으로도 꽤나 큰 감동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안됐을 때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그래도 가정을 지키니 이렇게 행복한 날이 오는구나”
손자를 본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이었나보다.
어릴 때는 그렇게 투박하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이제는 아이와 마주할 때 누구보다 다정한 친구처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가정이 주는 기쁨을 이제서야 온전히 누리는 부모님들을 보며 우리도 묵묵히 그 자리를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셔주시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존재들이 있다는게 삶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아이에게 있어서 든든한 존재로 남아있고 싶다.
언제든 뒤돌아봐도 그 자리에 서서 응원하는 등대 같은 것 말이다.